본문 바로가기

경제~기타

대졸초임 삭감해야한다는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의 허구

평온해야할 일요일 "경총 국내기업 대졸초임 너무 많아 ~~ 삭감해야"라는 제목의 기사가 저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었습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주요국의 대졸초임 비교와 정책적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하여 "국내 정규직 대졸 초임이 미국․영국․일본 등 선진 3개국과 비교할 때 경제수준에 비해 지나치게 높기 때문에 국가경쟁력이 떨어지고, 노동시장이 왜곡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과연 사장님들의 연합회인 경총이 말하는 것처럼 '높은 대졸임금 때문에, 중소기업 취직을 꺼려 청년실업이 증가하고 중소기업의 인력난은 가중'되고 있을까요?

대졸 초임을 과대포장하여, 앞으로 임금 인상을 막으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차라리 경제가 어려우니 서로 돕고 살자고, 온정에 호소하는 편이 솔직해 보일텐데~~

1. 과대평가된 대졸자 초임
사장님들 연합회인 경총은 우리나라 대졸 초임을 2,379.1만원으로 표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수치의 신뢰성에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일단 대졸 초임 2,379.1만원(월 198.2만원)은 경총의 자체 조사결과에서 나온 숫자였는데, 체감 수치보다 높아보일 뿐만 아니라 다른 조사들에 비해서도 높아보입니다.


자료 : 주요국의 대졸초임 비교와 정책적 시사점, 경총(2008. 11)

노동부에서 조사한 사업체근로실태조사보고서에 따르면, 2007년 대졸 이상 학력의 평균 월급여액은 186.4만원이었습니다. 연봉으로 계산하면, 2,236.8만원입니다. 경총의 조사결과와 비교하면, 142.3만원이 더 높은 액수입니다.
노동부의 조사는 '대졸이상'이므로 석사학위 소지자까지 포함하고 있고, 따라서 4년제 대학 졸업자의 초임만 별도로 계산을 한다면, 평균 월급여액은 더 하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즉, 경총이 주장하는 대졸 초임과 노동부가 조사한 대졸 초임 간의 격차는 더욱 확대됩니다.
 
월급여액 = 정액급여 + 초과급여액
민간부문 전 산업 중 통계적 방법에 의하여 추출된 근로자 1인 이상 민간부문 전 산업의 42,107개 표본 사업체


경총의 조사 결과가 과대평가된 이유는 (1) 100인 이상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하여, 저임금층이 제외되었기 때문이며, (2) 월평균 급여를 계산할 때 대기업의 가중치를 높게 잡았기 때문입니다(두번째 요인은 조사를 담당한 '경총'도 인정한 부분입니다. 아래 box 참조).

임금수준이 높고 대규모 채용과 승진이 이루어지는 고임 대기업의 초임급 수준의 가중치가 많이 반영됨에 따라 사업체별로 가중치를 동일하게 부여하는 사업체 단순평균 값보다 그 수준이 과대계상될 수 있으므로 유의하여 이용하기를 바란다.
2007년 임금조정 실태조사, 한국경영자총협회, 2007. 11. 11

2. 왜 대졸자 초임만 비교를 하였는가?
임금구조는 나라마다 다릅니다. 우리나라처럼 업종별로, 기업규모별, 학력별로 임금격차가 큰 나라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국가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경총은 이러한 차이는 강조하지 않고 있습니다. 경총의 조사가 정확하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차이점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정확한 비교가 될 수 없습니다.

경총의 보고서도 일본과의 비교를 통해, 어느 정도 임금구조의 차이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1) 일부 대기업에게만 해당되는 높은 대졸자 임금
일본은 중소기업이건, 대기업이건 대졸자의 초임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자료 : 주요국의 대졸초임 비교와 정책적 시사점, 경총(2008. 11)

(2) 승진할 수록 일본 동일직급간 임금 격차는 확대
(경총의 대졸자 초임이 정확하다는 가정을 인정하더라도)
우리나라는 일본에 비해 대졸자 초임 수준만 높을뿐, 승진할 수록 임금수준은 떨어지고 있습니다.
자료 : 주요국의 대졸초임 비교와 정책적 시사점, 경총(2008. 11)

(3) 임금 상승률도 하락
또한 일본과 비교하여 우리나라의 임금체계는 승진을 하더라도 임금상승률이 낮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자료 : 주요국의 대졸초임 비교와 정책적 시사점, 경총(2008. 11)

위의 세가지 사실이 말하고 있는 점은
높은 대졸자 초임은 대기업에게만 해당되는 문제이며,
대졸자 초임이 높더라도 승진과정에서 임금을 (일본에 비해 낮게) 책정함으로써, 
대졸자 초봉의 효과는 상쇄됩니다.

따라서 경총이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는 높은 대졸자 초임은 기업 전체적으로는 문제가 될 수 없습니다. 오히려 일부 대기업은 상대적으로 높은 초임을 대졸자에게 제시함으로써 우수한 인재를 채용할 수 있는 기회를 선점할 수 있었습니다.

3. 왜 대졸자 초임이 문제라고 주장하는가?
우리나라의 임금수준은 다른 나라와 비교하여 전혀 높지 않습니다. 각종 수당까지 포함한 평균 '보상임금'을 비교해보면, 우리나라는 미국, 유럽, 일본 등의 국가들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입니다. 

그런데도 대졸자 초임만을 문제삼는 이유는 경제위기를 핑계삼고,
일부 대기업 대졸자들의 임금수준이 높다는 점을 부각시켜, 
우리나라의 임금수준 전체가 높다는 잘못된 인식을 확산시키고,
임금협상력이 없는 대졸자들의 임금을 하락시켜,
추후 노조 등과의 임금협상과정에서도 자본가들이 우위를 점하기 위한 의도로밖에는 해석되지 않습니다. 

                              <제조업 시간당 보상임금(2005,  U.S. dollars)>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자료 : http://www.dol.gov/asp/media/reports/chartbook/2008-01/chart3_1.

4. 마치며
우리나라 몇몇 대기업의 대졸자 연봉을 경제수준을 고려하여 다른 국가들에 비교하면, 높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로인해 대학을 막 졸업한 구직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졌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경총이 주장하는 것처럼 높아진 눈 높이 때문에 중소기업의 인력난이 가중되고, 청년실업이 증가한다고 주장할 수는 없습니다.

경제가 안좋아져 실업이 증가하면, 기업들은 임금을 깍으려고만 합니다. 이번 경총의 보고서도 이런 분위기를 만들고 있습니다. 노동자들 중에서 가장 약한 부분인 대졸자의 임금을 깍아 전체 임금구조를 낮게 가져가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p.s
1. 위에서 언급한 경총의 관련 보고서들입니다

2. 비슷한 주제의 블로그 글입니다.
[경제~기타] - 소득 불평등, 저소득층의 불안한 미래 그리고 종부세
[경제~기타] - 노동시간은 OECD 최고, 임금상승율은 평균이하 그런데 언론보도는?
[경제~기타] - 우리나라 노동시간이 감소한다?
[경제~기타] - 촛불정국 속, 최저임금 시간당 4천원 확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