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의 보도자료를 근거로 몇몇 언론은 주5일제의 영향과 광복절 연휴로 인해 우리나라 '노동시간'이 감소했다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주5일 근무제 정착… 근로시간 확 줄었다, 2008-09-14, 세게일보
주당 평균 43.8시간 일해..22년래 최단, 2008-09-14,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주당 43.8시간 근무…22년래 최저, 2008-09-14, MBN
하지만 과연 노동시간이 주 5일제의 영향으로 단축되었을까요?
일부 언론의 보도는 과장되었으며, 통계청의 보도자료 내용을 왜곡하고 있습니다.
1. 최고의 노동시간 국가 : 대한민국
우리나라는 OECD 국가들 중 1인당 평균 노동시간이 가장 많은 나라입니다. 네덜란드와 비교하면 우리나라 노동자들은 1년에 1,000시간을 더 일하고 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장시간 노동(1주일 48시간 이상 노동) 비율도 49.5%로 페루에 이어 2위를 차지했습니다(2004~2005년 기준).
출 처 : 국제노동기구(2007년6월7일)
http://knowhow.nso.go.kr/knowhow/kqa/OpenDetailView.jsp?stat=1&seq=355
그렇다면, 몇년 전까지만해도 최장의 노동시간을 자랑하던 우리나라가 갑자기 노동시간이 단축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언론이 통계수치를 이용해 장난을 쳤기 때문입니다.
2. 통계청 취업시간의 실상
통계청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취업시간대별로는 2007년 8월과 비교하여 주당 36시간 미만 취업자가 13만6천명(2.8%) 늘었지만, 36시간 이상 취업자는 5만7천명(0.3%) 감소하였습니다. 즉, 점심시간 포함하여 하루 9시간 노동을 기준으로 할 때 주당 4일 이상 일하는 안정적인 일자리에 취업하는 비율이 감소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더구나 주당 18시간 미만 취업자(940천명) 중 "일거리가 없거나 사업부진 등의 이유로 18시간보다 적게 일했으며, 추가 취업을 희망하는 사람"은 전년동월대비 2만1천명(15.9%)늘어난 15만3천명으로 증가했습니다. 즉, 비정규직 파트타임 노동자가 증가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통계청의 통계자료는 취업시간이 감소한 이유를 비정규직, 파트타임 노동자가 증가한 반면, 안정적인 일자리는 감소하여, 주당 평균 '취업시간'이 감소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 언론들은 '취업시간'을 노동시간으로 바꾸어 우리나라 노동시간이 감소했다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현실은 일을 하고 싶어도 못하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3. 마치며
물론 주 5일제의 영향으로 노동시간은 감소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취업시간 감소는 주5일제와는 관련이 없어 보이며, 경기침체로 인한 일자리 감소와 관련이 있어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언론들은 경기침체로 인한 비정규직의 일자리, 노동시간 감소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오히려 노동시간이 줄어 여가시간이 증가하고 있는 것처럼 현실을 왜곡하고 있습니다.
더 어의가 없는 사실은 통계청 보도자료가 배포된 직후인 9월 10일에는 발표내용을 충실하게 보도한 언론이 있었지만, 14일 이후부터는 사실을 왜곡한 기사가 나왔다는 점입니다.
누군가 추석 기간동안 좋은 뉴스(?)를 내보내고 싶었나 봅니다.
2008년 8월 실업자는 20, 40, 50대에서 증가하고, 실업률은 20, 50대에서 상승하였습니다.
청년실업과 장년층 실업은 증가하고 있는데, 언론은 통계수치로 장난만 치고 있습니다.
p.s
19세기 영국의 공장에서는 하루 18시간 이상의 노동이 이루어져, 1일 노동시간을 18시간으로 제한해 달라는 청원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조금 자비로운(?) 영국 자본가들은 1일 15시간 노동까지는 감수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세월이 흘러 20세기 초 독일에서는 노동시간이 하루 10시간, 주당 54~60시간으로 감소했습니다(세계대전으로 다시 노동시간이 늘어나기는 했지만...).
하루 8시간 노동, 주당 48시간 노동은 18세기 말 독일 사회민주당, 노조 등에서 거의 최초로 주장했지만, 세계적으로 하루 8시간 노동이 법으로 정착된 것은 얼마되지 않습니다.
자본은 기본적으로 노동시간을 확대하려는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국가는 노동시간 단축을 복지, 여가의 증대로 선전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의 현실은 속에서 노동시간 단축은 껍데기뿐이며, 비정규직 노동 형태로 증가하고 있을 뿐입니다.
(자본론 1권, 10장 노동일, 제3절 착취의 법적 제한이 없는 영국의 산업부문, p322)
런던의 어떤 벽지 공장 지배인 오틀리(Otley)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아침 6시부터 저녁 9시까지의 노동시간을 허가하는 법률은 우리(!)에게는 적합하지 않다. 우리는 점심식사 시간에 기계를 정지시킨다"(얼마나 관대한 일인가!). "이 기계의 정지는 종이와 물감에는 이렇다 할 만한 손실을 주지 않는다" [그는 부언한다]. "그러나 나는 시간의 손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다른 사람들의 불평을 이해할 수 있다.
(자본론 1권, 10장 노동일, 제3절 착취의 법적 제한이 없는 영국의 산업부문, p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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