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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금융 잡답

불확실성 속의 환율전망

한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경제상황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불확실성을 반영하듯 원/달러 환율은 춤을 추고 있습니다. 환율압박 상승 압력이 해소되지 않아 환율이 계속 오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현재 환율이 너무 많이 상승했다고 판단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도 향후 환율의 행보를 점칠 수 있는 몇가지 일들이 어제, 오늘 벌어졌습니다.

1. 통화 스왑
한미 통화스왑 체결 효과는 약 3주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통화 스왑에 대한 세부사항이 결정되지 않으면서 실제로 달러가 국내로 유입되지 못했기 때문에 사람들의 심리에만 영향을 줄뿐, 실제 외환수급에 영향을 줄 수가 없었습니다(교차하는 기대와 우려, 2008-11-27, 이데일리)
그런데, 이제야 한국은행이 통화 스왑을 통해 40억 달러를 공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스왑을 통해 들어온 달러를 환율방어에는 사용을 못하지만, 은행들의 달러 수요를 어느 정도 충족시켜 줄 수는 있을 것으로 예측됩니다.

통화스왑과 관련하여 또 한가지 예상이 가능한 일이 있는데, 한중일 통화스왑 확대입니다.
11월 26일 외환시장에서는 뜬금없는 '한일 통화스와프 합의' 소문으로 환율이 1400원 중반까지 하락했습니다. 물론 사실은 아니었지만, 12월 13일 한중일 
3국 정상회의에서 통화스왑 확대가 체결될 수 있다는 예상도 가능해졌습니다(뜬금없는 한일 통화스와프 합의說, 2008-11-26, 머니투데이). 한중일 통화스왑이 확대되면, 한미 통화스왑처럼 얼마동안은 환율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하지만 통화스왑은 상환일이 정해져 있는 일종의 빚입니다. 통화스왑을 통해 유입된 달러를 은행에게 제공하는 행위는 '이자가 비싼 달러 빚'을 '이자가 덜 비싼 달러 빚'으로 전환해주는 효과밖에는 없습니다. 따라서 통화스왑은 근본적인 처방은 아니며, 장기에 다시 한번 우리나라 경제에 충격을 줄 수밖에 없는 시한폭탄입니다.
더구나 한중일 통화스왑 확대를 위한 조건이 무엇인지도 문제입니다.


2. 경상수지 흑자, 자본수지 적자
우리나라 10월 경상수지가 49억달러의 사상최대 흑자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원유,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수입이 줄고, 해외여행이 감소하면서 서비스수지 적자 규모가 크게 감소했기 때문인데, 이러한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수밖에 없습니다(10월 경상수지 49억弗 흑자..사상 최대(종합), 2008-11-27, 연합뉴스). 그렇다면, 앞으로 몇달 동안은 경상수지 흑자를 예상할 수 있습니다. 특히 10월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예상을 초과하는 금액이어서 환율안정 효과가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자본수지가 적자라는 점입니다. 10월 자본수지 적자는 255억 달러로 사상 최대치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자본수지 적자의 내용을 보면 더 불안합니다.

금융기관의 차입금 순상환으로 262억5천만 달러 순유출

파생금융상품수지도 39억1천만 달러 순유출
증권투자수지는 내국인도 해외증권 투자 회수가 외국인 주식자금 이탈을 압도하여, 44억8천만 달러 순유입
이러한 내용은 국내 은행들의 달러 부채 만기 연장이 안되고 있다는 의미이며, 국내은행의 신용도가 하락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국내은행은 단기 외화부채 비중이 높은 상황인데, 만기연장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한다면, 은행들의 달러수요는 폭증할 수밖에 없고, 환율은 상승할 수밖에 없습니다.

3. 12월 이후의 환율 전망
12월 이후의 원/달러 환율을 조심스럽게 전망해보면,,,(물론 건설사 혹은 저축은행의 파산과 같은 경제적 충격이 없다는 가정하에서~~)

                                           < 원/달러 환율 추이: 종가기준 >
        자료 :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한미 통화스왑 효과, 한중일 통화스왑 확대 효과, 경상수지 흑자 효과
외국계 금융회사(특히 파생상품 관련)의 회계연도 마감(북 클로징) 등등으로 인해
12월 중순까지 원/달러 환율은 1500원을 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위원회의 8000억달러 모기지시장 지원 방안, 중국 당국의 경기부양책과 금리인하가 효과를 발휘하고 외부충격이 없다면, 1400원 이하도 전망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국내은행들의 외채 만기연장이 원활하게 추진되지 않는다면, 12월 중순 이후로 원/달러 환율은 다시 폭등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리고 통화스왑 협정기간이 종료되는 내년 상반기 다시 한번 환율이 요동칠 가능성도 있습니다. 달러 빚을 청산해야 할테니까요~~

P.S
환율 때문에 경제불안이 더 심해지고 있습니다. 환율이 상승하는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변동폭이 너무 커서, 사람들이 예측을 할 수없고, 대응을 할 수없다는 점입니다.

정부는 환율상승 억제에만 주력할 것이 아니라 환율이 조금 높은 수준이더라도 안정시키는게 급선무입니다(환율이 오르면 또 kiko가 문제겠지만, 이는 은행들과 협의를 통해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부디 정부는 환율에만 집착하시지 말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