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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금융 잡답

주가 7.7p 상승을 위한 비용은 5,400여억원

10월 27일 하루동안 우리나라 금융시장에는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한국은행은 금융위기 확산을 막겠다면 기준금리를 0.75%(5.0%->4.25%) 인하하였고, 은행의 채권을 직접 구매하겠다는 특단의 조치를 취했습니다.

MB는 국회에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추가적인 감세정책과 재정지출 확대 의지를 밝혔습니다(도대체 뭘 바치겠다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하지만 정부의 강력한(?) 조치에도 불과하고, 4거래일 연속 사이드카가 발동하였고, 주식시장은 7.7포인트 상승한 946.45, 환율은 오히려 18.5원 상승한 1442.5원으로 마감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숫자조차도 정부의 시장조작에 의한 결과였을 뿐, 시장의 냉정한 평가는 아니었습니다.

오늘 하루 동안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의 변동 추이를 살펴보면
종합주가지수와 환율의 허구는 보다 명확해 집니다.

1. 주식시장은 연기금의 독무대?
주식시장은 상승으로 시작했지만 채 10분도 지나지 않아 폭락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그리자 연기금은 투신사들과 함께 500여억원의 투입하기 시작했습니다(코스피, 파격적 금리인하에도 '무덤덤'..환율은 급등세, 2008-10-27 10:33, 아시아경제) 연기금의 활약으로 종합주가지수는 상승하는 듯했지만 점심시간이 되자, 아시아 증권시장의 폭락과 함께 우리나라 주식시장도 900선이 붕괴되었습니다. 

900선이 붕괴되자 연기금의 투입규모는 확대되었고, 재차 900선이 붕괴되자 연기금의 투입 규모는 더욱 확대되었습니다. 연기금은 오늘(10월 27일) 하루 동안 5,397억원의 자금을 주식시장에 쏟아 부었습니다. 

                             < 2008년 10월 27일 시간대별 종합주가지수 추이 >

           자료 : 증권선물거래소

2. 막판 상승세
주식시장은 막판 45분여 동안 50여 포인트 가량 상승했습니다. 900선을 지키기 위한 연기금의 저항 덕분이었습니다(코스피 900선 붕괴..개인투매+亞증시폭락, 2008-10-27 14:28, 머니투데이) 언론보도에 의하면, 14:20분 경까지 연기금의 투입 규모는 2,500억원 가량 되었지만 이후 2,800억원을 쏟아 부어 종합주가지수를 끌어 올렸습니다.

그리고 눈길을 끄는 점은 15시가 지나고, 이후 2분여 간 종합주가지수가 18.5포인트 가량 급등한 점입니다. 주식시장은 15:00에 문을 닫지만, 종합주가지수는 마지막 거래까지 반영하여 2~3분간 숫자가 변동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주식시장이 15시 이후 18.5포인트 가량 상승했다는 것은, 연기금이 모든 거래가 마무리되는15시 직전까지 주식을 사들였다는 얘기가 됩니다.

MB까지 나서서 큰 소리를 쳤으니 주식시장이 반전되는 모습을 연출할 필요가 있었고, 연기금은 그 목표를 성공적으로 완성하였습니다. 5,400억원이나 투입하면서~~무려 전일대비 7.7포인트나 올렸으니까요.....

3. 개인과 외국인은 팔고, 연기금은 다 받아주고
MB가 국회에서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연설하자, 강만수 경제팀은 연기금 5,397억원을 투입(역대 5번째 규모)하였습니다. 외국인과 개인들이 6,600 억원 가량을 순매도하였으니, 이 물량을 연기금 혼자 다 받아낸 셈입니다(증시 '5400억' 연기금이 살렸다...역대 5번째 규모 투입, 2008-10-27, 뉴시스).  

국민들의 노후를 준비해야할 '국민연금'이 주가 하락을 외롭게 막아낸 하루였습니다
(오늘 하루 국민연금의 손실은 얼마였을까요?).
이 와중에 238억원어치를 순매도한 증권사는 뭔지? 증권사들 혼자 살아보겠다고,,,,

                                 < 2008년 10월 27일 코스피시장 순매수 현황 >
           자료 : 증권선물거래소

4. 정부의 손길은 외환시장에도
정부의 손길은 주식시장뿐만 아니라 외환시장에서도 작용한 듯 보입니다.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아시아 주식시장의 폭락과 함께 원/달러 환율은 상승세로 반전되었습니다. 그리고 외환시장 마감 직전 1454.5원까지 상승하였습니다. 그런데~ 주식시장에서처럼 환율은 순식간에 10원이 하락하였습니다. 아마도 정부의 '보이는 손'이 작용했나 봅니다.

원/달러 환율1,450원대와 1,440원대는 어감이 다릅니다. 그리고 '막판 하락세로의 반전'을 연출한 점은 일종의 보너스로 였습니다.

                  < 2008년 10월 27일 시간대별 원/달러 환율(매매 기준율) 현황 >
          자료 : 외환은행


5. 마치며
연합뉴스는 '금리인하, 증시폭락 제동엔 일단 도움'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정부의 '보이는 손'의 활약이 끝나자~ 일부 언론은 정부 대책이 성과를 나타냈다며, 현상만을 보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장은 정부 대책을 비웃고 있습니다. 정부의 인위적인 시장 조작은 비용만 높일 뿐, 시간이 지나면 효과는 사라져 버립니다. 자금 투입은 문제의 근본을 해결하는 방법이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밑빠진 독에 물을 부으면서 수위가 낮아진다고 더 많은 물을 쏟아 붓는 짓처럼 어리석은 행동입니다.

경제위기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정부가 세우지 않는 이상, 주가는 하락하고 환율은 상승할 것입니다. 종합주가지수 747 포인트, 원/달러 환율 1,747원을 달성할 지도 모릅니다.

p.s
은행의 신용하락에 따른 자금경색이 증권사로 전염되고, 실물경제로 확대될 전망입니다.
호미로 막을 수 있었던 상황에서 가래로도 막기 힘든 상황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교수는 "이들 나라들(한국, 러시아, 브라질)은 1990년대 말 당시로서는 엄청나다는 금융위기를 겪었지만, 지금 위기에 비하면 해변가에서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던 날이었다"고 덧붙이고 있습니다.
크루그먼 "러시아·한국·브라질,·금융위기 한복판"2008-10-27, 프레시안

현금을 움켜쥐고~~모두가 후일을 도모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