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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금융 잡답

2% 부족한 금융위기 대책-선제적이지도, 확실하지도, 충분하지도 않다.

10월 17일(금) MB정권은 "'선제적으로, 단호하게, 충분하게'라는 3원칙에 따라 지금까지 논의된 것들을 포함해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여 19일(일)에 발표하겠다고 미리 광고를 했습니다(국내 금융시장 안정대책 19일 발표, 2008-10-17, 국정브리핑). 대책안에는 금융안정 정책뿐만 아니라 '재정지출 확대', '건설사 지원', 심지어 'MB의 펀드매입 약속실현'('MB펀드', 안 사나 못 사나, 2008-10-17, 프레시안)까지도 기대 하였습니다. 

그러나 소문난 잔치 먹을 것 없다고, 기대 이하의 대책만 발표되었습니다. 내용을 요약하면 

"정부가 빚보증을 할테니, 은행들은 달러 빌려와라~~"
"주식가격 폭락은 연기금으로도 막을 수 없으니, 돈 있는 사람 펀드 좀해라~~" 

1. 본질을 회피한 금융위기 안정대책
이번 MB정권의 금융위기 안정 대책은 본질에는 접근하지 않고, 유동성 확보라는 외형에만 집중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금융위기는 환율급등으로 표출되고 있습니다. 환율 급등은 달러가 부족하기 때문이고, 달러가 부족한 이유는 우리나라 기업과 은행들의 신용이 떨어졌기 때문이며, 신용하락은 기업과 은행의 부채가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외신들도 계속해서 우리나라 은행과 기업들의 부채증가를 우려하고 있지만 MB정권은 이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주요 부문별 부채현황(분기, 십억원)
       자료 : 한국은행 경제통계 시스템

경제규모가 증가하면서 자산과 부채는 함께 증가할 수 있습니다. 자산-부채 비율이 비슷하게 유지된다면, 정상적인 경제상황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위기 상황에서는 부채가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습니다. 

MB정권은 현재 우리나라 기업과 개인의 부채는 증가하고 있지만~ 자산도 증가하고 있어 경제 전체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말하지만, 이는 변명일 뿐입니다.

그러나 모든 경제주체의 자산과 부채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면서 함께 증가할 수는 없습니다. 즉, 자산만 증가하는 계층이 있을 수 있고, 부채만 증가하는 계층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중소기업'과 '중산층 이하 계층'의 자산도 증가하고 있는가를 살펴봐야 합니다. 만약 중소기업과 중산층 이하 계층이 부채를 감당하지 못하고 도산한다면, 은행의 자산이 부실해질 수밖에 없으며, 은행은 자신들의 부채를 감당할 수없게 됩니다. 

중소기업과 중산층 이하의 파산은 돈줄이 막히는 금융위기 상황에 증가합니다. 때문에 금융위기 대책에 재정지출과 같은 중소기업과 중산층 이하 계층을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이 포함되어야 했고, 기대를 했지만~ 실제 발표에는 없었습니다.

MB정권은 부유층을 위한 감세정책, 유가폭등에 대한 비판을 잠재우기 위한 유류세 환급 같은 정책이 이미 발표되었기 때문에, 중소기업과 서민들을 위한 대책을 시행할 만한 여유도 없어보입니다.  

2. 달러가 부족하다면, 정부가 빚보증을~
국내은행이 내년 6월 말까지 도입하는 대외채무에 대해서 발생일로부터 3년간 정부가 보증을 하되, 총 보증규모는 1,000억 달러로 한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 위해 300억 달러를 직접 공급하겠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은행들의 외채 규모는 자본시장통합법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2006년부터 증가하기 시작하여, 2008년 2/4분기 은행부문의 외채규모는 1,285억 달러로 증가하였습니다. 이중 국내은행 외채는 577억 달러이고 단기외채는 256억 달러입니다. 

즉, MB정권의 금융위기 대책은 300억달러로 은행들의 단기 외채부터 틀어막고, 장기적으로는 우리나라 은행권 전체의 외채를 보장하는 수준밖에는 안됩니다. 

은행권의 외채가 만기연장될 수 있으며, 무작정 보증규모를 확대할 경우 은행들의 도덕적 해이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보증범위는 적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보증범위를 공개함으로써 우리나라가 현재 은행의 (단기)외채도 상환할 수 없을 정도로 달러가 부족하다는 인식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하락한 국내은행들의 신용도와 정부 신용을 시장에서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기업들의 달러 수요는 어떻게 해소 할 것인가? 등의 문제가 남아 있습니다. 앞으로의 원/달러 환율이 평가해 주겠죠~

                                         은행권 순대외채권 규모(분기, 백만달러)

          자료 :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국제수지/무역)

3. 무책임한 증시 부양정책
9월, 10월 연기금 투입을 통해 그나마 주가를 지지해 왔던 MB정권은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주식'과 '(-) 이윤을 보이고 있는 펀드'를 구매하면, 세금을 깎아 주겠다고 합니다. 
외국인이 사라진 주식시장에서 연기금만으로 주가지수를 방어하기에는 힘이 부족하니, 
서민들의 쌈지돈을 풀라는 소리로 밖에는 안들립니다. 
MB정권은 10조원 정도의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불안정한 금융상황에서 세금감면 몇푼 받고자 쌈지돈을 들고 주식시장으로 달려가는 바보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외국에서는 우리나라 증권시장 전망을 어둡게 바라보고, 투자비중 축소를 말하고 있습니다. 외국인의 자금 유출은 계속될 것이고, 주식시장은 계속 불안정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도 MB정권은 펀드에 투자하라고 권유하고 있습니다. 

4.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는 발표내용~
17일(금) 저녁 서울신문은 '정부가 기업은행에 1조원의 현물출자를 할 계획'이라는 기사를 가판을 통해 먼저 보도했습니다. 그러자 기획재정부는 17일 20시 20분에 "현재로서는 아무 것도 결정된 바 없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뿌렸습니다.  

그런데 19일에 발표한 금융대책안에 '기업은행 1조원 현물출자' 내용이 들어가 있습니다. 
이는 알만한 사람들은 발표 2~3일 전부터 내용을 알고 있었다는 얘기가 됩니다. 
뿐만 아니라 다른 내용들도 언론의 예상이라는 포장을 두르고, 사전에 보도되었습니다. 

장기적인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준비되어야 할 대책이 
일부 정보를 독점한 사람들을 위한 대책처럼 비춰지고 있습니다. 이런식의 대책안이 시장에서 얼마나 신뢰를 얻을지 두고 봐야 겠습니다.

5. 마치며
MB정권의 금융위기 안정을 위한 대책은 유동성 확대와, 주식/채권 펀드에 대한 조세지원 뿐입니다. 달러부족과 주식시장 폭락만이 문제일뿐, 다른 부문에는 문제가 없다는 인식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경제는 이미 취약점을 보이고 있습니다. 서민부채는 증가하고 있고, 이미 은행권의 신용은 하락했으며, KIKO 손실로 인한 흑자도산 사례가 발생했습니다. 
뭔가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p.s
금리인상, 중소기업과 저소득층을 위한 재정지출 확대 등의 정책이 필요한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