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가 우리나라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미국 증시가 하락하면, 우리나라에 투자한 외국인이 자금을 빼가면서 주가가 하락하고, 환율이 급등하는 비교적 단순한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미국의 금융부실이 우리나라 금융기관들에게 전가되어, 우리나라 역시 금융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이번 기회에 공부를 좀 해봐야 겠습니다)
1. 일반기업의 부도가 폭탄이라면, 금융회사 부도는 핵폭탄
일반 제조기업이 부도가 나더라도, 파급효과는 크지 않습니다. 거래관계에 있는 몇몇 기업들에게 영향을 미칠뿐이며, 부도가 나더라도 건물, 공장, 기술력 등의 유무형의 자산이 남기 때문에 매각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은행, 증권회사, 보험사 등과 같은 금융회사의 파산은 상황이 다릅니다. 금융부실은 다른 금융회사들에게 빠르게 확산(propagation)/전염(contagion)되고, 파산한 금융회사의 주식/채권 가치는 폭락해 휴지가 되버려 빚잔치조차 제대로 할 수 없습니다.
2. 금융위기의 전염 과정
첫번째 전염 과정은 금융회사 상호간의 거래관계를 통한 경로입니다. 금융회사들은 단기 부족자금을 서로 융통하며, 상대 금융회사의 차입에 지급을 보증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금융회사의 파산은 거래관계를 통해 금융시스템 전체로 전염될 수 있습니다.
금융회사 상호간에는 금융 거래가 긴밀할 수록 한 금융회사의 파산이 다른 금융회사의 경영상태에 직접적인 파급효과는 크게 됩니다.
또한 소수의 대형 금융회사가 여러 금융회사에 자금을 빌려준 경우, 이들이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거나 대출전략을 수정하는 경우, 자금을 차입한 금융회사들은 동시에 유동성 압박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두번째 전염 과정은 대다수의 예금주, 펀드 가입자들이 금융위기 가능성을 크게 판단하고, 금융자산을 현금으로 전환할 경우에 금융위기는 금융시스템 전체로 확산될 수 있습니다.
금융자산은 실체가 없는 자산(intangible assets)이기 때문에 정보 비대칭성 문제가 상대적으로 심각합니다. 즉, 내가 저축한 예금이나, 펀드자금으로 금융회사가 고위험 분야에 투자를 하는지, 사기를 치는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제한적입니다. 만약 한 금융회사가 파산할 경우, 비슷한 위치에 있는 다른 금융회사의 경영상태, 재무상태에 의심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위험이 심각하다고 판단되면, 급격한 예금/펀드 인출(bank-run, fund-run)이 발생합니다. 금융회사는 예금/펀드 인출에 대응하기 위해 금융자산을 매각해야 하며, 이러한 상황이 여러 금융회사에서 동시에 발생하면, 금융시스템 전체는 위기에 봉착합니다.
(예금의 경우에는 5,000만원까지 예금보험공사에서 보장을 하고 있지만, 펀드는 가입자가 책임을 져야합니다)
3. 금융위기에 대처하는 정부의 태도
첫번째 전염과정은 중앙은행에서 자금을 공급하거나 금융회사간의 인수합병을 통해 전염을 차단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공적자금을 투입할 경우, 금융부실을 국민들에게 전가한다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잘못은 금융회사가 저지르고, 뒷처리는 국민들이 하는 상황은 자본주의 경제원칙에 반대되기 때문입니다.
또하나 금융회사들의 도덕적 해이(moral hazard) 문제가 발생합니다. 즉, 정부가 위기상황에서 금융기관들을 도와주면, 다음 위기시에도 정부가 구원투수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믿고 방만한 경영, 고위험 투자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금융위기에서는 대마불사, 몸집이 큰 금융회사는 살아남았습니다.
하지만 두번째 경우에는 신뢰가 무너져 버렸기 때문에, 중앙은행이 자금을 공급해도 전염을 차단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정부, 언론이 금융위기 상황에서 '실물부문, 펀더멘털이 건전하다', '금융 충격을 흡수할 수 있다' 등등의 발언을 하고, 증권사가 저점 매수를 계속 유도하는 이유가 금융시스템에 대한 신뢰붕괴를 막기 위함입니다. 이런 시도들이 성공하면, 금융위기는 극복될 수 있지만, 금융당국이 금융위기 상황을 축소하고 잘못된 정보를 흘리면 외환위기와 같은 금융대란이 발생합니다.
미국의 금융위기가 우리나라까지 날아올 가능성은 다음에~~ 더 공부해서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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