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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기타

공기업 선진화는 민영화

지난 6월 19일 뼈저린 반성(?)을 했다는 이명박은 대국민 담화 말미에 공기업 선진화를 언급했습니다. 공기업이 선진화되면, 경제가 살아날까요? 아리송한 말을 툭 끼워 넣었습니다.

경제 상황이 나빠지면 가장 고통을 받는 이들은 서민입니다.물가를 안정시키고 서민의 민생을 살피는 일을 국정 최우선으로 하겠습니다.반드시 경제를 살리겠습니다.국내외 기업이 마음 놓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내겠습니다.공기업 선진화,규제 개혁,교육제도 개선 등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 꼭 해야 할 일들은 철저히 준비해 차질없이 추진해 나가겠습니다.
이명박 대통령 '대국민담화' 내용 전문, 2008-06-19, 네이션코리아

한나라당은 담화 하루 전날인 18일에 "전기, 가스, 수도, 건강보험" 등 4개 부문에대해서 이명박 정권 임기 내에 민영화를 절대 추진하지 않겠다고 발표했습니다(한나라당 "민영화 안 한다, 2008-06-19, MBC)

이정도면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민영화에 대한 생각이
공기업 민영화를 하겠다는 것인지?
공기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구조조정만 하겠다는 것인지?
주요 부분만 남기고 민영화를 해버리겠다는 것인지? 헷갈리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은 공기업 민영화 계획을 소리없이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1. 2008년 하반기 경제운용 방향 : 민영화 계획도 포함되어 있었다.
6월 물가 상승률은 5.5%를 기록하고 강만수 경제팀은 치솟는 환율 때문에 10조원의 외환보유고를 날렸다는 보도가 나오는 국면 속에서 이명박 정권은 16개 부처 명의로 2008년 하반기 경제운용 방향을 발표하였습니다.

언론들은 이명박 정권이 성장중심에서 물가/민생 안정으로 정책기조를 바꿨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고, 지금은 갑자기 경제가 안좋아졌다고 호들갑을 떨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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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  2008년 하반기 경제운용 방향
그런데 하반기 경제운용 계획 속에는 이명박 정권의 민영화 준비 계획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언론들은 물가/민생 안정(?) 정책만 보도했을 뿐, 민영화 계획에 대한 언급은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2. 공기업 선진화는 민영화
언론이 민영화 계획을 놓친 이유는 정부가 공개한 3건의 보도자료(합치면 백여 페이지가 넘는) 중에 민영화 계획은 단 5줄, 그것도 후반부에 꼭꼭 숨겨 두었기 때문입니다(그렇다고 언론이 잘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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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  2008년 하반기 경제운용 방향 보도자료 중에서

이명박 정권의 논리 속에서 공기업 민영화의 목적은 효율성(실용)을 통한 경제살리기입니다. 물론 "민영화가 효율성을 보장하는가"는 또다른 논쟁이지만....
그런데 공기업 효율화를 추진하면서 민영화를 함께 추진하겠다고 합니다.

이는 효율화를 달성한 공기업을 민영화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되며, 공기업의 부실은 국민 세금으로 메꾸고 건전해진 공기업만 민간에 넘기겠다는 것처럼 들립니다.

이명박 정권은 민영화를 공기업 효율화의 도구로 생각하지 않고
민간기업을 지원하는 도구 쯤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3. 공기업 민영화! 9월까지는 며느리도 몰라
그런데 지금 당장의 문제는 또 있습니다. 9월까지 이명박 정권의 공기업 민영화 계획이 무엇인지 아무도 알 수 없다는 점입니다.
2008년 하반기 경제운용 방안 중에서 나와있는 추진일정에 따르면 '공기업 선진화 방안'은 9월이 되서야 발표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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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  2008년 하반기 경제운용 방향 보도자료 중에서

이명박 정권은 촛불의 함성이 사라지길 기다리면서
민영화 대상 공기업이 알짜기업인지, 껍데기만 남은 기업인지 국민에게 알리지 않고, 공기업 선진화라는 구호로 위장하여
조용히 민영화 계획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4. 마치며
한나라당은 전기, 가스, 수도, 건강보험 등 4대 부문에 대해서만 민영화를 하지 않겠다고 연막을 치고, 청와대는 공기업 선진화로 포장했지만, 내부적으로는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었습니다.

이명박 정권의 거의 모든 정책 운영과정이 불투명하게 처리되고, 말바꾸기식으로 발표되고 있습니다. 아마도 9월이 되면 이명박 정권은 공기업 민영화를 포기한 적이 없었다고 나올 것이 분명합니다. 공기업 선진화를 하겠다고 했고, 민영화 계획 자체를 발표한 적도 없었으니.......이명박 정권에게 국민과의 소통 의지는 찾아 볼 수가 없습니다.

투명과 진실을 원하는 국민들은 이런 꼼수를 용납할 수 없습니다.
촛불의 함성에 귀기울이고, 촛불의 의미를 곰곰히 생각하는 대통령이 그립습니다.

p.s
기획재정부 홈페이지(http://www.mosf.go.kr)도 국민과의 소통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기획재정부 홈페이지에서 보도자료는 20개로 한정되어 있어, 시간이 지나면 홈페이지에서 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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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대한민국 정책포탈(http://www.korea.kr) 이라는 곳에서 필요한 정보를 찾을 수는 있지만~~ 기획재정부 홈페이지에서 보도자료를 삭제해버리는 이유를 도대체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