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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효성/한국타이어

재벌 3세 주가 조작 의혹

재벌 2, 3세들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을 통해 시세 차익을 얻고 있다는 사실은 주식시장에서는 모두가 다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작년 8월에도 재벌 3세들의 제3자 유상증자 방식을 통한 주식발행이 문제가 되었었지만 금감원의 규제미비로 유야무야 되었습니다(재벌 3세들의 편법 재산 증식, 조용한 금감원). 그러다가 엉뚱한 계기를 통해 주가조작 혐의로 검찰 수사가 시작되었고 수사가 확대될 기미를 보이고 있습니다.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대해서는 아래 p.s를 참조해 주세요)

그동안 재벌 2~3세들 몇몇에게 제3자 유상증자 방식으로 주식을 몰아주고, 곧이어 새로운 사업계획을 발표하여 주식가격을 띄우는 편법이 반복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편법에 참여한 재벌 2~3세들 중에는 이명박의 사위인 한국타이어 조현범 부사장도 있습니다.

1. 증권가 미다스의
손 구본호
1999년 대우의 퇴출 저지를 위해 로비를 벌였던 조풍언씨를 수사하던 검찰은 최근 조풍언씨의 자금이 구본호라는 인물에게 유입되었다는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시작하였습니다.
구본호씨는 현금이 없는 상태에서 2006년 미디어솔루션(현 레드캡투어)을 인수하기로 하고 친분 관계를 이어온 재미교포 무기거래상 조풍언씨의 자금을 얻어 ‘작전’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2006년 9월 28일 구본호씨는 자신을 포함한 페이퍼 컴퍼니(유령회사) 앞으로 제3자배정 형식으로 90여억원 가량을 유상증자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한달도 채 지나지 않아서 2006년 10월 18일 예비사업설명서를 공시하였습니다. IT분야(터치스크린 방식의 정보전달 시스템인 키오스크 분야)에 투자하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공시 이전부터 미디어 솔루션의 주식시세는 출렁이기 시작했고 코스닥 본부는 2006년 10월 19일에 이상급등 종목으로 지정 예고하였습니다. 그러나 레드캡 투어의 주식가격은 2008년 들어 폭락하고 있습니다.
                                 <지난 1년간 레드캡투어의 주가 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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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확대되는 재벌 3세들의 주가조작 의혹
구본호씨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한국도자기 창업주의 3세인 김영집 엔디코프 전 대표이사에게 불똥이 튀었습니다. 구본호씨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6∼7명의 재벌 2·3세가 개인 투자자들을 희생양 삼아 코스닥 업체들과 ‘내부자 거래’ 등을 통해 부당 이득을 얻었다는 정황을 파악했기 때문입니다.

김영집씨 역시 2007년 3월 12일 제3자 배정방식을 통해 엔디코프의 주식을 발행했습니다. 그리고 2007년 4월 17일 카자스흐탄의 광산 채굴에 투자하기로 한 결정을 공시하였습니다.
검찰은 이과정에서 공시 이전에 차명계좌를 이용, 회사 주식을 미리 매입해 7500만원 상당의 시세차익을 챙긴 혐의로 고발하였습니다. 그리고 엔디코프의 주식가격은 등락을 거듭하다 최근 폭락하였습니다.

                                 <지난 1년간 엔디코프의 주가 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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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이명박의 사위 조범현 한국타이어 부사장도~
2007년 8월 2일 엠비즈네트웍스(현재는 코디너스로 기업명 변경)는 한국도자기 3세인 김영집 전 엔디코프 대표(50억), 엔디코프 부사장을 지냈던 박형준 케이피인베스트먼트 대표, 네오위즈 나성균 대표(40억)와 한국타이어 조현범 부사장(40억) 등을 대상으로 제3자 유상증자를 하겠다고 발표하였습니다(조현범 부사장은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의 차남이자 이명박 대통령의 사위이기도 합니다).
재벌 3세들이 유상증자에 참여한다는 소식에 코스닥 시장에서 엠비즈네트웍스 주식은 5일 사이에 70% 가량 상승했었습니다.(1만원 ->
1만7150원)

그리고 유상증자 결정이 있은지 1달 정도 지난 2007년 9월 13일자로 ‘바이오 디젤 제조, 국내외 자원개발, 광산 유전 개발등의 사업을 추가’한다고 공시하였습니다. 그 이후 주가는 계속 상승하여 대략 100일만에 조현범 한국타이어 부사장은 32억원, 김영집 한국 도자기 3세는 40억원, 나성균 네오위즈 대표는 32억원의 평가차익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코디너스의 주식가격은 2007년 8월 이후 급등했으나 현재는 2007년 8월 이전 수준으로 폭락하였습니다.
                                 <지난 1년간 코디너스의 주가 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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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비록 금융감독원의 반대로 무산되기는 하였지만
2007년 8월 28일자로 동일철강은 구본호씨와 조현범씨 레드캠투어 등을 대상으로 제3자 배정방식의 유상증자를 하겠다고 공시하였습니다(당시 동일철강의 최대주주는 구본호씨였습니다)
그리고 역시나 한달도 채 안지난 2007년 9월 19일자로 동일철강은 국내외 플랜트 설계 제작, 국내외 자원개발 및 판매업 등을 사업목적에 추가하겠다고 공시하였습니다. 이 유상증자가 실현되었더라면 3배 이상의 평가차익을 기대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지난 1년간 동일철강의 주가 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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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명박 현 대통령은 2007년 8월 20일에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로 확정되었습니다.

                             < 2007-10-29 한겨레 기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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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마치며
재벌 2, 3세들의 제3자 유상증자 방식을 통한 재산증식 과정은 작년 경제신문들을 통해 이미 다 알려진 사실이었습니다. 하지만 금감원은 제3자 배정을 통한 유상증자 과정은 외형적으로는 합법적이기 때문에 법의 사각지대를 이용한 정도로 넘어갔습니다.

하지만 건전한 상식을 가진 사람들의 눈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습니다. 재벌 2~3세들 몇몇에게 제3자 유상증자 방식으로 주식을 몰아주고, 곧이어 새로운 사업계획을 발표하여 주식가격을 띄우는 편법이 반복되고 있는 상황은 누가 보더라도 정상적인 주식거래는 아닙니다.

현재 검찰은 지난 20일 대검찰청 중수부에 의해 구속된 LG그룹 방계 3세 구본호씨와 김 전 대표에 대해서만 수사에 착수했다고 합니다. 과연 검찰의 수사가 현직 대통령의 사위로까지 확대될 것인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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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1 제3자 배정 유상증자란?
'제3자 배정'은 회사의 특정 연고자(회사의 임원, 거래처, 거래은행 등)에게 신주인수권을 부여하는 방식입니다. 기업 입장에선 주식발행 절차가 간소하고, 기존 일반 공모에 비해 실권(失權)이 발생할 가능성이 작고, 경영권 또는 지분을 특정인에게 넘겨주기 쉽다는 장점 때문에 많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또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의 신규 주식 발행가액은 '직전 1개월간의 주가 평균과 1주일 평균 종가, 최근일 종가를 산술 평균한 가격 등에 일정한 할인율을 적용'하여 발행가를 낮게 책정하기 때문에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큰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어느 정도의 시세차익은 안정적인 주식발행을 위한 프리미엄으로 간주될 수는 있습니다.
그래도 금융감독당국은 "과도한 시세차익 발생 가능성", "기업의 경영권과 기존 주주의 이해관계에 대한 영향" 등을 규제하기 위해 이를 감독하고 있습니다.

p.s. 2
신문기사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http://dart.fss.or.kr/)에서 다운로드 받은 자료를 토대로 재벌 3세들의 주가조작 의혹을 따라가 보았습니다(글이 조금 길었지만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