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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2mb/쇠고기 협상

노브레인이 촛불문화제에 나온다고?

5월 17일 열리는 촛불문화제에 신해철, 윤도현, 크라잉넛, 노브레인 등 가수들이 참여하는, '중간결산 콘서트'가 열릴 예정이라고 합니다("이명박 워낙 고집세서 아직 불안하다"'고시' 밀어낸 촛불 "이젠 '재협상'으로", 2008-05-14, 오마이뉴스).
다들 쟁쟁하고 광장, 촛불의 이미지와 어울리는 가수, 밴드들입니다. 하지만, 좀 어색한 밴드가 있으니.....노브레인입니다.

지난 대선 때, 노브레인은 <라디오 스타> 삽입곡인 '넌 내게 반했어'를 이명박 측에 로고송으로 제공했었습니다. 이러한 노브레인의 행동에 대해 일부 펜들은 비판하고 설명을 요구했지만, 노브레인 측은 어떠한 공식적인 설명도 없이 그냥 그렇게 넘어 가버렸습니다. "영화와 관계되어 저작권 관계가 복잡했고, 곡이 넘어간 과정은 잘 모르겠다"라는 식의 구차한 변명 조차 듣지 못했습니다.

노브레인이 공식적으로 데뷔하기 전부터 함께해왔고, 지금은 '김작가'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는 대중음악 평론가 조차도 노브레인의 변신(?)을 다음과 같이 허무하게 받아들였습니다.
 
그래, 노브레인은 변했다, 2007-12-06, 한겨레21

99년 발표됐지만 96년쯤 만들어진 이 노래의 가사는 이렇다. ‘문민정부 좆까는 소리/ 문민정부란 개소리는 개한테나 줘버려라… 씨발 청와대/ 씨발 안기부….’ 97년 발표한 위퍼와의 합동 음반에는 <아름다운 세상>이란 노래가 담겨 있다. 역시 이성우가 가사를 썼다. ‘우리가 가진 건 분노와 소외감/ 질리게 들어온 강요와 설교뿐/ 잘사는 사람 계속 잘살고/ 못사는 사람 계속 못사는….’ 2001년 노브레인의 2집에서 이성우는 <투혼>이란 노래를 만들었다. ‘가슴속에 그려진 고통을 지워버리고/ 두 눈을 지그시 감고/ 깊은 마음속의 투혼을 목 터질 듯 불러보리라.’ 나는 그 노래를 들으며 밥 말리의 “음악으로 혁명을 일으킬 수는 없다. 그렇지만 사람들을 깨우치고 선동하고 미래에 대해 듣게 할 수는 있다”라는 말을 실감하곤 했다. 동세대에 이런 이야기를 멋진 음악으로 들려줄 수 있는 친구를 두고 있다는 게 더없이 자랑스러웠다. 그리고 꽤 많은 소년소녀들이 그런 노브레인의 음악과 태도에 감화되어 펑크 키드의 길로 들어섰다. ~

~ 이명박의 로고송으로 사용된 <넌 내게 반했어>를 들은 날, 친구에게 이런 심경을 토로했다. “사는 게 다 그런 거지 뭐”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리고 친구는 되물었다. “그래도 꼭 그래야만 했을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담배만 피워댔다. 이 글을 마무리하는 지금, 스피커에서는 루시드 폴의 신곡 <사람이었네>가 흘러나오고 있다. 그 역시 옛 친구의 하나다. 이 노래에서 루시드 폴은 제3세계에 가해지는 선진국들의 착취를 아름답게 노래하고 있다. ‘세련된 너의 착취/ 세련된 너의 폭력.’ 나는 다시, 담배에 불을 붙인다.

2001년 후지 락페스티발 일본 관중들 앞에서 일장기를 찢으며 애국가를 불렀던 노브레인은 이후, 서서히 반항의 정점에서 내려 가더니, 말랑말랑한 노랫말에 펑크 코드를 붙인 노래를 타이틀로 내세워 TV에 얼굴을 들이밀고 있습니다. 어느새 노브레인은 펑크밴드가 아닌 록밴드가 되버렸습니다. 그리고 과오를 과거의 행동을 묻어버리려는 듯 슬그머니 촛불문화제까지 '난입'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음악적 변신, 상업성 추구 등등은 다 이해합니다.
하지만 신념을 저버리고, 인기 때문에 여기 기웃 저기 기웃하는 노브레인의 행동은 참을 수가 없습니다. 촛불 문화제는 이명박 정권의 퍼주기 협상을 비판하는 장소입니다. 그런데 노래를 팔아 이명박 정권 탄생에 기여했던 밴드가 촛불문화제에 나온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모순적인 일입니다. 그 동안 그들이 걸어온 길을 저버리고 이명박 측에게 곡을 제공한 노브레인은 최소한 촛불문화제에는 어울리지 않는 밴드입니다.

만약 촛불문화제에 노(怒)브레인이 진짜 나온다면, 노브레인과 행사 주최측은 그야말로 '무뇌아'입니다(inoma님의 댓글을 참조해서 (怒: 성내다)를 본문에 추가했습니다)
 
댓글이 몇개 달려 추가로 몇자 더 적어 봅니다.

노브레인의 음악적인 변화에 대해서 공감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촛불문화제는 단순히 즐기는 자리가 아닌 정치적인 공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꼭 촛불문화제에 참석하고 싶다면, 참석하시기 전에 입장표명이라도 한마디 하고 참석해 주시길 바랍니다. 촛불문화제에 참여하는 국민들에 대한 예의라 생각하면서...

아래 댓글에도 썼지만 이 밴드가 촛불을 들고 무대 아래에서 국민들과 함께 한다면
그 누구가 감히 뭐라 하겠습니까?

2008-05-18 추가
노브레인 매니저란 분이 댓글과 방명록에 글을 남기셨더군요
노브레인은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에게 곡만 넘겼지만 지지를 표명한 적은 없었다고...그리고 멤버 중 한명은 노브레인 홈페이지에 만약 자신이 이명박을 지지한다고 했다면, 전 국민에게 짜장면을 쏘겠다며.....
http://nobrainpunk.com/bbs/zboard.php?id=NBd 
(뭐 그래도 노래를 넘긴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노브레인은 촛불문화제가 열렸던 17일 14시 부산 사직구장에서 프로야구 관련 스케줄이 있더군요. 하여튼 노브레인은 촛불문화제엔 나오지 않았습니다(오마이뉴스의 기사에 나왔던 신해철과 크라잉넛도 나오지 않았나 봅니다).

무대에 오른 사람들은 블랙홀 형님들, 김부선, 트랜스 픽션, 이승환, 윤도현,
김장훈 등등이었습니다(블로그 '사진은 권력이다' 참조)  김장훈이 무대에 오른 시각은 22시 10분쯤이었다고 합니다.

p.s 1
90년대 중반, 홍대 클럽에서 노래하던 노브레인은 연주실력은 부족하지만, 언더에서 꾸준히 활동하는 밴드로 제 기억에는 남아 있습니다. 그 후, 2000년에 공식 앨범을 발표하고 음악적으로 점차 성장해 가는 모습은 기쁨이었습니다. 그리고 영화 <라디오 스타>를 통해 대중들에게 다가서는 모습도 보기  좋았습니다.
하지만 2007년 겨울이 지나면서 이들에게 실망할 수밖에 없었고, 지금은 그들의 뻔뻔함에 놀라고 있습니다.  

p.s 2
2002년 두번째 앨범 '비바! 노 브레인'을 끝으로 밴드의 리더였던  차승우가 탈퇴했고, 2007년에는 10여년을 함께 했던 베이스 정재환도 탈퇴했다고 합니다.  

p.s 3
댓글에 대한 댓글은 이제 달지 않겠습니다. 댓글 다시는 분들의 입장이 어지러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