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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금융 잡답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도 실패한 헷지펀드 : LCTM

지금부터 10년전인 1998년 9월 23일 LTCM이라는 헤지펀드의 파산을 수습하기 위해 월스트리트의 주요 은행장들이 미국 연방준비은행의 소환으로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뱅커스 트러스(Bankers Trust), 베어스턴스(Bear Stearns), 체이스맨하튼(Chase Manhattan), 골드만 삭스(Goldman Sachs),  JP 모건(JP Morgan), 리먼 브러더스(Lehman Brothers , 메릴린치(Merrill Lynch), 모건 스탠리(Morgan Stanley) 등등~~ 지금은 파산이나, 합병으로 사라져 버린 투자은행들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뉴욕 증권거래소 의장과 유럽의 주요 은행 대표들도 참석하였습니다.
이유는 LTCM(Long-Term-Capital-Management)이라는 헷지펀드의 파산을 수습하기 위해서였습니다.

LTCM(Long-Term-Capital-Management)! 우리말로 번역하면 '장기자산운용'이라는 특색없는 이름의 펀드회사였지만, 1년에 40% 이상의 수익을 올리면서 손실을 입거나 불안정에 빠지는 일이 한번도 없었던 잘 나가던 투자펀드였습니다.

1. LTCM의 시작
LTCM(Long-Term-Capital-Management)은 존 메리웨더(John Meriwether)가 1994년 조직한 투자 회사였습니다. 1980년대 미국의 투자은행 살로먼 브러더스에서 일하면서 월스트리트 최고의 트레이더로 촉망받던 메리웨더는 자신의 팀원을 이끌고 독립하여 헤지펀드를 운영하게 됩니다. 
당시 메리웨더의 팀은 1997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하게 되는 두 명의 경제학 교수를 비롯하여 일류대학 출신의 박사들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http://nobelprize.org/nobel_prizes/economics/laureates/1997/index.html

LTCM의 몰락 직전에 노벨상을 수상한 경제학자는 '로버트 머턴'(Robert Merton)과 '마이런 숄스'(Myron S. Scholes)였습니다.

하버드 대학의 로버트 머턴(Robert Merton)은 금융학계에서는 천재로 인정받고 있던 인물이었습니다. 머턴은 자신의 이론을 시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LTCM에 들어왔습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 소식이 전해졌을 때, 마침 하버드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던 머턴은 학생들로부터 3분 동안 박수 갈채를 받았다고 합니다.

마이런 숄스(Myron S. Scholes)는 학계에서는 머턴보다 덜 유명해지만 블랙-숄스 공식 덕분에 월가에서는 머턴보다 더 알려져 있었습니다.


2. LTCM의 성장과 몰락
LTCM은 거래 첫해인 94년 28%의 수익률을 올린 것을 시작으로 95년 59%, 96년 57% 등 고수익 행진을 이어갔습니다. 특히 96년의 총이익은 21억달러에 달했다. 지속적으로 높은 수익을 달성했기 때문에 투자수익의 20%에 달하는 높은 수수료에도 불구하고 월스트리트 "큰 손들"뿐만 아니라 메릴린치, JP모건, 모건스탠리, UBS 등 세계적인 투자은행으로부터 수십억달러를 차입해 각종 파생금융상품에 투자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속에서도 경이적인 수익을 올려, 이들의 거품은 영원할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나 1998년부터 손실이 발생하기 시작하더니, 러시아가 모라토리움(채무 불이행)을 선언하자 LTCM은 순식간에 약 46억달러의 손실이 발생했습니다. LTCM은 자신들의 수익까지도 재투자 했기 때문에, 막대한 손실을 감당할 자금이 없었습니다.


<LTCM의 주요 손실>
러시아 및 기타 신흥시장 : 4억 3,00만 달러
외국 선진시장 직접투자(directional trades in developed countries) : 3억 7,100만 달러
S&P 500 : 2억 300만 달러
수익곡선 차익 거래(yield curve arbitrage) : 2억 1,500만 달러
정크본드 차익거래(junk bond): 1억 달러
스왑(swaps) : 16억 달러
주식 변동성(equity volatility) : 13억 달러

3. LTCM에 대한 구제금융 투입
LTCM은 펀드는 월스트리트의 모든 은행과 수천개의 파생상품 계약을 맺고 있었습니다. 계약들은 1조 달러가 넘는 천문학적인 액수로 LCTM이 파산한다면, 월스트리트의 은행들은 모든 손실을 부담해야만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LTCM은 월스트리트의 투자은행에게 추가적인 자금차입을 개별적으로 요구했지만 모두 거부되었습니다. 그러자 뉴욕 연방준비은행은 금융시장의 붕괴를 막기 위해 LTCM에 투자한 민간은행들을 소환하여 36억 2,500백만 달러의 구제금융을 투입하였습니다. 


우리나라가 1997년 외환위기 직후 총 차입규모가 302억달러(IMF 195억$, 세계은행(IBRD) 70억 $, 아시아개발은행(ADB) 37억 $)였던 점을 감안하면, 당시 LTCM의 구제금융 규모가 어마어마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아듀’ IMF…9월 '금융신탁통치' 한국사무소 문 닫아, 2008-04-14, 뉴시스).

당시 공적 자금의 투입은 없었지만 다시 한번 '대마불사'(too big, to fail)의 사례를 남김으로써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를 용납하였다는 비판이 일어났습니다.

LTCM의 구제금융에는 총 14개 은행이 참여했었는데, 이들 중에는 영국, 독일, 프랑스의 은행들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LTCM 구제금융 참여 금융회사>
3억 달러 :
Bankers Trust
, Barclays(영국), Chase, Credit Suisse First Boston,
              
Deutsche Bank(독일)
Goldman Sachs, Merrill Lynch, J.P.Morgan
,
              
Morgan Stanley
Salomon Smith Barney, UBS(11개)

1억 2,500백만 달러 : Société Générale(프랑스) (1개)
 
1억 달러 : 
Lehman Brothers, Paribas(프랑스)
(2개)
Bear Stearns는 불참

4.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의 반응
머턴과 숄스의 두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는 자신들의 금융 모델이 행동의 한계를 예측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사실 금융모델은 무엇이 논리적이고, 과거에 기초할 때 어떻게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지를 말해 줄 수는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트레이더를 포함한 사람들이 항상 논리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간과하였습니다. 

머턴은 LCTM의 실패로 자신의 학문적 업적에 오점을 남기게 된 데 대해 괴로워 하였습니다. 모델이 실패했다는 데 암묵적으로 동의하는 분위기였지만, 오히려 그의 해결책은 더욱 정교하고 복잡한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숄스는 유동성 위험을 무시한 이유에 대해서 설명은 하지 않고, 자신들의 실수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운이 없어 예측 불가능한 사건인 100년에 한번 있을 법한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 즉 러시아의 모라토리움에 당했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현재 숄스는 '플래티넘 글로브'라는 헤지펀드 회장을 맡고 있고, 헤지펀드 세일즈를 위해 2007년 우리나라를 찾아오기도 했습니다(숄스 교수 "한국 자본시장통합법 소비자에게 큰 도움", 2007-06-17, 매일경제).


5. 마치며
LTCM의 사례는 금융시스템이 얼마나 불안정한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46억 달러의 손실로 시작된 위기는 1조달러의 채무관계로 확대되었습니다.
LTCM에 대한 민간 금융회사의 36억 달러의 구제금융 투입으로 전체 채무관계의 파국은 막았지만.....참여한 금융기관들은 결국 36억달러를 되찾을 수는 없었습니다(LTCM의 손실을 민간에서 흡수하였습니다). 
단 1개 펀드의 과도한 차입과 규제받지 않은 파생상품 투자의 결과였습니다.

지금의 미국 금융위기는 리먼 브라더스라는 투자은행이 파산하고, AIG라는 보험사는 국유화되었고,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관련된 대부업체에 이미 엄청난 구제금융이 투입되었습니다. 그리고 7,000억 달러의 추가적인 구제금융 살포를 준비 중에 있습니다. 
LTCM의 파산과는 비교가 안되는 규모입니다.  

미국은 10년 전에 발생한 LTCM사태의 교훈을 잊고, 10년만에 더 큰 위기를 맞았습니다.
우리나라는 미국의 사태를 교훈 삼아, 금융에 대한 규제를 보다 철저히 해야 합니다. 지금, 우리나라의 무분별한 규제완화 논의는 우리나라도 미국과 같은 위기 국면에 빠질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일부 내용을 추가하여 다시 올립니다>

참고자료
로저 로웬스타인(Roger Lowenstein), When Genius Failed(천재들의 실패, 동방미디어)
Wikipedia
Long-Term Capital Manag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