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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금융 잡답

달러 기근, 그리고 KIKO

은행권에서 달러기근이 심각하다는 아우성이 나온지 하루만에 정부는 100억달러를 외환시장에 공급하여 금융기관의 달러부족현상을 완화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정부, 외화자금시장에 100억 달러 이상 공급, 2008-09-26, 머니투데이)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한 달러 수요 급증, 여기에 우리나라는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서면서 달러 부족 현상은 심화되고 있는데~~ 환율 상승 없이, 100억 달러면 충분할까요?

1. 춤추는 환율, 계속되는 외환시장 개입
달러가 부족해 환율이 올라가야 하는 상황이지만 MB정권은 끝까지 환율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집권 초에는 환율 주권 운운하며 의도적으로 환율을 올리려 했지만, 지금은 환율방어에 집착하고 있습니다.

                                                  원-달러 환율 추이
       자료 : 한국은행 경제통계 시스템

MB정권 초기에는 강만수 장관의 외환시장 구두개입 때문에 환율이 춤을 추었습니다.

8월 이후에는 9월 금융위기설 때문에 환율이 춤을 추었고,
최근에는 미국의 금융위기로 인한 달러 기근 현상 때문에 춤을 추고 있습니다.


2. 환율을 올려야 하는 이유
달러 기근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환율이 상승해야 합니다. 모두가 미래에 환율 상승을 예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달러를 시장에 내다 팔 사람은 없습니다. 따라서 환율을 시장에 맡기고 환율이 상승하도록 내버려 둬야만, 달러기근은 완화될 수 있습니다.
더구나 환율이 상승할 경우, 주식시장에서 이탈하는 외국자본은 환율이 상승한 만큼 수익이 감소하기 때문에 자금 이탈을 줄일 수도 있습니다.
오락가락하는 강만수 장관을 경질하고 앞으로 환율정책의 일관성을 보장한다면, 금상첨화겠지요

그런데 지금의 달러기근 상황은 IMF 시절에 버금간다고 하면서도 환율은 IMF 시절만큼 크게 오르지 않고 있습니다. KIKO로 인한 흑자 중소기업 파산을 우려한 MB 경제팀의 환율 개입 때문입니다.


3. 환율을 올릴 수 없는 이유 : 시한폭탄 KIKO
중소기업중앙회는 132개 중소기업의 KIKO 피해를 원-달러 환율 1,000원 수준에서는  3,228억원으로,  1,100원 수준에서는 9,466억원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환헤지 상품 ‘키코’ 피해 눈덩이, 2008-09-19, 세계일보)

더 큰 문제는 KIKO에 가입한 중소기업들이 대부분 우량 수출 기업이라는 점입니다.
최근 KIKO 손실을 견디지 못하고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한 제조업체인 태산LCD라는 기업은 삼성전자의 주요 납품업체로 연간 매출액이 6,000억원대에 달하는 중견기업이었습니다(
태산엘시디, 키코 손실로 첫 법정관리 신청, 2008-09-16, 서울경제) 

문제는 KIKO로 인한 중소기업 도산에 머물지 않습니다. 중소기업의 도산으로 인한 KIKO손실을 은행이 고스란히 부담해야 합니다. 실제로 태산LCD의 부도로 하나은행은 2,861억원의 평가손실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입니다(하나은행, 태산LCD 평가손실 2861억원 전망).
우량 중소기업의 부도와 은행권의 손실 발생액은 앞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4. 마치며
MB경제팀은 100억달러를 투입하겠다고 하지만, 100억달러는 유통되지 못하고, 은행 금고에 쌓일 뿐입니다. 모두가 환율상승을 예상하기 때문에 싼가격에 나온 매물은 바로 증발해 버립니다. 

하루 빨리 KIKO문제를 해결하고, 외환시장에 환율을 맡겨야만 달러기근도 해소되고, 미국발 금융위기의 충격을 완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신뢰를 상실한 강만수 경제팀이 경제위기 국면을 헤쳐나갈 능력이 있는지 의문입니다.

p.s 1
강만수 장관의 '환율 주권론'으로부터 시작된 고환율 정책의 실패를 되돌리기 위해 외환시장에 달러폭탄을 쏟아 붇는 동안 주식시장에서는 외국인 자금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28조 4,201억원이 빠져나갔습니다. 즉, 우리나라를 떠나는 외국자본에게 본국까지 갈 여비까지 챙겨주는 꼴이었습니다.
그 덕분에 외환보유고는 200억 달러 가까이 사라졌습니다(9월에도 외환시장 개입이 계속되었으니 외환보유고는 더 감소했을 것으로 예측됩니다).


앞으로 달러 기근이 더 심화될텐데 외환보유고가 그 충격을 견뎌내면서 외환보유고는 또 얼마나 감소할지~~~
                                                    외환보유고 추이(억달러)
   

              자료 : 한국은행 경제통계 시스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