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일 1,187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10월 8일 1,395원으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하였고, 이후 환율은 급락하여 10월 13일 1,238원까지 하락하였습니다. 그리고 14일 오전 1180원선까지 하락하였습니다.
도대체 10월에 초에 무슨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2008년 이후 원-달러 환율 변동 추이(종가 기준, 원)
자료 : 한국은행 경제통계 시스템
1. 지속적인 환율상승 압박
우리나라의 9월 금융위기설이 잠잠해 질 무렵, 미국의 금융위기가 폭발하였습니다. 전세계 금융시장의 신용이 위축되었고, 달러에 대한 수요가 폭발했습니다. 달러는 회전하지 못하고, 금융회사의 금고 속에서 축적될 뿐이었습니다.
각국 통화에 대한 달러 환율도 덩달아 올랐습니다.
외환시장에 꾸준히 개입을 해왔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환율 상승폭은 세계 최고 수준이었습니다. 발등에 불 떨어진 MB정권은 환율 상승을 막기 위해 외환시장의 '달러 폭탄' 규모를 5억 달러, 10억 달러, 15억달러로 늘려갔고, 하루에 두차례 '달러 폭격'도 서슴치 않았습니다.
달러 폭탄의 효과가 미미하자, 세계 6위의 외환보유고를 자랑하던 MB와 강만수 장관은 결국 다른 방법을 생각해 냈습니다.
2. 수출 대기업 짜내기와 선수 퇴장
MB의 '달러 사재기' 발언을 시작으로 외환시장 개입의 방법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삼성, 현대, 포스코 등등 수출 대기업의 팔을 비틀어 다른 쪽 손으로 달러를 내놓도록 했습니다(10월 10일에는 삼성 이건희 전회장의 재판이 있었고, 포스코는 대우해양조선 입찰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그 다음에는 달러 거래가 많았던 선수(자산운용사)를 외환시장에서 한시적으로 퇴장시켰습니다. 자산 운용사들의 달러 거래를 장외시장(시장평균환율로 거래하는 MAR 시장)에서 거래하도록 유도했고, 정부가 장외시장에서 달러를 공급하겠다는 방침을 세웠습니다(해외투자, 외환시장 '천덕꾸러기' 전락, 2008-10-14, 머니투데이) .
여기에 더해 금융당국은 '1만 달러 이상의 환전 신고', '은행과 기업 사이의 외환거래를 일일 보고', '외환거래 평가손익 제출' 등의 거래 규제 조치를 시작했습니다.
3. 달러 수요는 사라졌을까?
달러 수요 증가와 환율 폭등은 금융위기에 대한 불안감에서 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나 MB정권의 환율 정책에는 금융시장의 불안감 해소를 위한 조치는 없고, 외환시장을 왜곡시키고, 위축시키고, 해체시키는 조치밖에 없었습니다.
MB정권의 외환시장에 대한 고강도 개입으로 외형적으로는 달러에 대한 수요가 감소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거래를 중단하고 눈치만 보고 있을 뿐입니다. 50~60억 달러였던 일일 외환거래가 30억 달러 규모로 축소되버렸습니다. 즉, 외형적으로는 외환시장이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듯 보이지만, 외환에 대한 수요와 불안감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운이 좋아 미국과 유럽의 구제금융 투입이 성공하면, 우리나라 외환시장도 정상화될 수 있겠지만, 만약 미국과 유럽의 구제방안들의 효과가 미비하면, 언제든지 원-달러 환율은 다시 폭등할 수 있습니다.
달러 수요 증대와 금융시장 불안감 해소를 위한 근본적인 처방이 없었기 때문에 환율은 아직도 위험한 상태라고 생각합니다.
p.s 1
우리나라는 미국에서부터 시작되어 유럽으로까지 전염된 금융위기 속에서 비교적 안전해 보입니다. 우리가 대처를 잘했기 때문이 아니라 세계 금융 체계의 주변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MB는 이제부터 금산분리 완화를 계기로 금융규제를 더욱 완화하고, 세계금융 체계 깊숙히 들어가겠다고 합니다. 미국과 유럽의 실패를 지켜보면서도 우리도 그들의 실패를 되풀이하겠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만의 금융 불안요인이 추가되고 있습니다.
p.s 2
미국과 유럽은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규모의 구제금융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구제금융이 투입되어 금융불안이 축소되는 순간~ 미국과 유럽의 소비지출은 줄어들고, 세계 경제 불경기가 시작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면 수출로 버텨오던 우리나라 경제도 함께 위축될 수밖에 없고~~
우리에게 위기는 지금이 아니라 미래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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