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 연차총회 참석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 중인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월요일(10월 13일)부터는 환율이 안정을 찾을 것이라며, 예언가(점쟁이)(?)같은 발언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원-달러 (적정) 환율에 대해서 "실물경제에서 예상이 들어맞지 않는 경우가 있지만 민간 연구소에서는 대략 1,002원을 말하고 있다"며, 앞으로 환율이 하락할 것이라는 암시를 던졌습니다.
그리고 "거의" 모든 언론들은 강만수 장관의 1,002원 발언을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습니다(1,002원 발언에 주목해주세요).
강만수 장관, "월요일(13일)부터 환율 안정 찾을 것", 2008-10-12, 노컷뉴스
강만수 장관 "환율 13일부터 안정찾을 것…적정 환율은 1002원, 2008-10-12, 뉴시스
강만수 장관 “월요일이면 환율 안정될 것”, 2008-10-12, 경향신문
강만수 “월요일부터 환율 안정될 것”, 2008-10-12, 데일리안
(데일리안의 경우, '<연합뉴스>와 <노컷뉴스>에 따르면'이라고 출처를 밝히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1,002원은 어디서에서 나왔을까요? 그리고 과연 믿을 수 있는 수치일까요?
1,002원은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시작되었고, 강만수 장관의 입을 통해 의미가 모호해졌고, 언론보도를 거치면서 확대 재생산되고 있습니다.
1. 삼성경제연구소의 환율 1,002원
삼성경제연구소는 2008년 10월 9일 "최근 외환시장 동향 및 대응방안"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합니다. 보고서는 1997년 외환위기 당시와 최근의 상황을 비교하면서, 대외여건, 왜채현황, 환율급등, 경상수지 적자 등은 유사하지만, 외환보유액, 기업 및 금융경쟁력, 기업부채비율, 은행 BIS 자기자본 비율 등에서 차이점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외환위기 재발 가능성을 희박하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습니다.
. 2008년 8월 현재 주요 7개국 교역가중치와 물가 등을 고려한 실질실효환율로
계산한 균형 환율은 달러당 1,002원 내외
. 따라서 대외 금융불안 완화와 4/4분기에 예상되는 경상수지 흑자 전환 등이 가시화될
경우 환율의 하락 폭이 클 전망
(강조는 제가~~했습니다)
즉, 강만수 장관이 인용했다는 민간연구소(삼성경제연구소)의 1,002원은 올해 8월 기준이며, 물가 등을 고려한 '실질실효환율'이었습니다(실질실효환율에 대해서는 후술~).
우리나라 8월 원/달러 환율은 1,015~1,090원 수준이었습니다. 그러니 물가수준 등을 고려하여 실질실효 환율을 계산하면 1,002원이라고 예상할 수도 있습니다(보고서에서 계산식과 계산에 이용된 자료는 공개하지 않아 1,002원이 어떻게 도출되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시점이 8월이라는 점입니다. 미국의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한 시점은 9월이었으며, AIG 보험사에 구제금융 투입이 결정된 시점도 9월이었습니다. 즉, 삼성경제연구소는 미국 금융위기가 시작되기 전인 8월의 실질실효 환율을 계산했고, 계산에는 미국의 금융위기 상황이 반영될 수 없었습니다.
그러니 삼성경제연구소의 원/달러 환율 1002원은 8월까지는 맞다고 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금융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현재(10월)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주장할 수는 없습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시점과 조건들을 밝혔으니~~ 환율이 다시 폭등해도 빠져나갈 구멍은 만들어 놓은 셈입니다)
2008년 이후 원-달러 환율 변동 추이(종가 기준)
그런데도 대부분의 언론들은 강만수 장관이 우리나라의 적정 환율을 '1,002원 수준'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보도하고 있습니다(강만수 장관의 발언 자체도 모호합니다. 후술하겠습니다).
2. 강만수 장관 '환율 1,002원' 발언에도 조용한 '조중동'
대부분의 언론사들이 적정(?) 환율 '1002원' 기사를 쏟아내고 있는 동안 '조중동'은 조용합니다. MB정권 경제팀 수장의 희망 가득한 발언을 '조중동'은 기사화하지 않고 있습니다.
네이버에서 1002원으로 검색한 결과 '조중동'에서 직접 기사는 찾을 수 없었으며, 조중도 홈페이지를 검색해봐도 1002원에 대한 기사는 찾을 수 없었습니다
(혹시 제가 못 찾은 것일까요? 인용이 아니라 조중동이 직접 작성한 기사를 발견하신 분은 댓글을 달아 주세요..)
반면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정반대의 기사를 쓰고 있었습니다.
조선일보는 10월 11일(강만수 장관의 발언이 있기 전입니다) "환율 천장 1475~1500원선, 주가 바닥 1200선"이라는 제목으로 외환전문가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도했고,,,,(1,002원과는 차이가 너무 많습니다)
사진 : "환율 천장 1475~1500원선… 주가 바닥 1200선" 전망 , 2008-10-11, 조선일보중앙일보는 12일 "우왕좌왕 경제팀, 텍사스성 안타 줄줄이 허용"이른 제목으로 국가부채 문제와 강만수 경제팀의 환율정책을 비판하는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의 인터뷰 내용을 보도하고 있습니다.
조선일보도 12일 중앙일보의 인터뷰 내용을 "이한구 '강만수팀 우왕좌왕 매일 택사스성 안타 허용' 쓴소리"라는 제목으로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의 인터뷰 내용을 보도하고 있습니다.
다른 언론들이 강만수 장관의 1,002원 언급을 보도하고 있는 동안 조선/중앙일보는 확연히 다른 보도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조중동'은 독자들에게 달러 급락은 없을테니 가지고 있는 달러를 계속 보유하라고 설득하는 듯합니다.
3. 강만수 장관의 '환율 1,002원' 발언의 진의는
앞서도 언급했듯이 강만수 장관의 1,002원 발언 자체도 모호합니다. 심지어 강만수 장관이 진짜로 1,002원이라고 발언했는지 제대로 확인할 길도 없습니다.
원/달러 환율 1,002원을 처음 보도한 것으로 보이는 노컷뉴스 조차도 '질문이 무엇이었는지?', '어떤 맥락에 1002원이 발언이 나왔는지?'에 대해서 명확하게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강만수 장관의 발언을 좀 더 살펴보면, 1,002원 발언에 신뢰성이 더 떨어집니다.
'금융불안이 언제까지 계속될 지에 대해 "정확한 예측은 할 수 없지만 앞으로 6개월 정도 지속될 수 있는 만큼 국제적인 협력이 매우 중요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강만수 장관, "월요일(13일)부터 환율 안정 찾을 것", 2008-10-12, 노컷뉴스).
-> 내일 환율이 급락하더라도 6개월 이내에 다시 폭등할 수 있다는 소리로 들립니다.
'적정환율은 얼마나 보나?. 내 경험으로 알 수도 없고 맞지도 않다'(강만수 기획재정부장관 일문일답, 2008-10-12, 연합뉴스)
-> 민간연구소(삼성경제연구소)의 1,002원을 인용했지만 난 환율이 1000원대에서 유지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는 말로 들립니다.
4. 마치며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시작된 실질실효 환율 1,002원은 강만수 장관의 모호한 발언으로 의미가 왜곡되었고, 언론들의 무분별한 보도로 적정 환율 1,002원으로 확대 재생산되고 있습니다. 진정 우리나라의 적정 환율이 무엇인지 확인도 거치지 않으면서~~~
p.s 1
원/달러 적정(?) 환율1,002원 확대 재생산에서 '조중동'은 빠져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끕니다. MB정권의 지지층이 열독하고 있다고 추정(^^)되는 조중동은 1,002원을 언급조차 안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강만수 장관이 내일부터 환율이 안정될 것으로 예상했으니~ 내일부터 외환보유고를 풀던지, 대기업의 목을 비틀어서 달러를 풀던지~~
환율은 하락할 것으로 보입니다. '얼마나 떨어질지', 그리고 '떨어진, 그리고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환율이 언제까지 유지 될지'는 모르겠지만~~
하지만 결국에는 다시 오르겠죠~
p.s 2
실질실효 환율이 무엇인지 인터넷에서 찾아 보았습니다. 그런데 실질실효환율은 비교적 중장기적인 개념인데, 금융위기에 환율이 급변하는 시기에 적용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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