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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기타/FTA

한미 FTA로 생산성이 높아질 수 있을까?

MBC 100분토론에서 "떡 먹다가 죽을 확률이, 그리고 담배 피우다 죽을 확률이 광우병에 걸릴 확률보다 훨씬 높다"라는 발언('광우병 파동'은 한반도 대운하의 미래다. 2008-05-20, 오마이뉴스)으로 온 국민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정인교 교수..

정인교 교수는 지난 5월 말 자유기업원에 "한미 FTA 협정 내용, 경제적 효과 및 정책 시사점"이라는 글을 기고하셨습니다. 기고문의 내용은

- 한미FTA는 1990년대 후반 논의가 시작되어 졸속으로 추진되었다고 볼 수 없으며
- 한미 FTA를 통해 생산성이 증가하며
- 각종 제도 개선으로 경제적 이익은 보다 확대될 수 있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정인교 교수의 이런 주장을 하나 하나 살펴 보겠습니다.

(1) 한미 FTA 논의 시점
정인교 교수의 주장에 의하면, "한미 FTA는 1990년대 중반 검토가 시작되었고, 2003년부터 본격적으로 검토된 것으로 볼 수 있다"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보고서 뒤 쪽의 참고문헌을 살펴보면

- 왕윤종, 정인교, "한미 자유무역지대 설립의 경제적 효과", 1998
- 정인교, "한미 자유무역지대(FTA)의 타당성과 경제적 효과", 1998
- 정인교, " 한미 FTA에 대한 미국 기업의 입장과 정책 시사점" 2001
- 정인교, " USITC 한미 FTA 보고서의 주요 내용과 평가" 2001
- 정인교, "한미 FTA의 경제효과", 2005
- 정인교, "FTA 추진과 무역구조조정" 2005
- 한국무역협회 산업연구원 "미국의 자유무역권 형성과 우리의 대응", 1989 등이 있고

본문에서는 2000년 이후 들어 진행된 양국 정부 간의 사전실무점검회의를 예시로 들고 있습니다.

즉, 정인교 교수는 자신이 1990년대 중반에 썼던 글을 근거로 1990년대 중반부터 한미FTA에 대한 검토가 시작되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미FTA에 대한 검토가 있었다고 쓰려면, 자신이 쓴 보고서 이외의 다른 문헌을 근거로 제시해야 합당합니다. 자신이 1990년대 중반부터 한미FTA를 검토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그 당시 검토가 있었다고 확대할 수는 없습니다. 차라리 자신이 1990년대부터 검토하고 있었다고 써야 정확한 표현입니다.

(2) 한미 FTA를 통한 생산성 증대(?)
정인교 교수는 KDI 이시욱의 "시장개방이 기업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의 결과를 인용하여 "우리나라의 수입관세율이 1%p 하락할 경우, 개별 사업체의 생산성은 1.5% 정도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시욱의
"시장개방이 기업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을 자세히 보면 상황이 낙관적이지는 않습니다.

- 수출증대에 따른 생산성 증대효과는 없다.
수출 기업들은 이미 높은 경쟁력을 토대로 수출을 하고 있기 때문에 관세가 인하되어 수출이 증가하더라고 생산성에는 영향이 없다는 논리입니다.

- 수입시장 개방으로 인한 경쟁압력 강화 때문에 생산성 상승
10인 미만 기업들에서는 생산성 증대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업체기초통계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10인 미만 제조업체는 '06년 278,246개로, 제조업 사업체수의 81.7%를 차지하고 있습니다(제조업 내 고용 비중은 24.1%).
즉 제조업 기업체 중 20%에서만 생산성 증대 효과가 나타난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나마 영세 제조업체는 경쟁압력이 높아져 기업 자체가 도산할 수도 있습니다.
 
- 고용효과는?
일부 중소기업에서는 고용증대 효과가 발생할 수 있지만 300명 이상의 대기업에서는 관세인하로 인한 고용증대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즉, 대기업은 관세인하를 통해 생산성은 증가하지만, 고용은 늘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즉, 한미FTA로 인해 고용없는 성장이 진행될 가능성은 남아 있습니다. 지금도 제조업 내의 300명 이상의 사업체의 노동자 수는 감소하고 있습니다.


FTA를 통한 생산성 증대는 기술력이 확보된 중기업과 규모가 큰 대기업 일부에서만 나타날 수 있는 현상입니다.

3. 제도 개선을 통한 경제적 효과 확대
World Bank는 개방정책의 효과가 극대화 되기 위해서는 제도개혁이 필요하다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제도 개선이 없는 FTA는 멕시코처럼 경제성장률 상승 둔화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한미FTA에 앞서 우리나라 내부의 제도를 먼저 개선해야 올바른 순서입니다.
정인교 교수는 경제 성장의 인과관계를 거꾸로 이해하고 있는 듯 합니다.

한미FTA만 성사된다고 우리나라의 제도가 개선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나라 스스로 개혁을 통해 제도를 먼저 개선해야합니다. 그리고 제도개선으로 경제적 효과가 나타난다면, FTA를 통한 제도 개선은 과장된 "수사"에 불과합니다.

4. 마치며
FTA를 통해 경제가 도약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준비가 필요합니다. 우리나라는 이미 준비없는 외환시장 개방으로 IMF 사태를 경험했으며, 준비없는 벤처기업 육성으로 벤처기업의 연쇄도산을 경험했습니다.
FTA를 꼭 체결해야 한다면....우리나라 내부적인 제도 개선을 먼저 준비해야 하며, FTA로 인해 피해를 입게 될 계층에 대한 보상계획이 먼저 준비되어야 합니다.

p.s
앞에서 언급했던 보고서와 통계 자료를 함께 올립니다.
(사업체기초통계조사 시계열 통계자료는 편집이 좀 덜 되서 죄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