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치~2mb/쇠고기 협상

중앙일보가 '쇠고기 괴담'을 만드는 방법

괴담이라는 말이 유령처럼 퍼져가고 있습니다. 예전까지는 괴담을 유포하는 주체가 이름을 알 수 없는 익명의 네티즌이었는데, 지금은 조중동이 괴담을 유포하고 있습니다. 과연 그들이 얘기하는 괴담은 진정 괴담일까요?

중앙일보는 확인할 수 없는 댓글과 일부 인터넷 카페의 오류를 괴담의 근거지로 지목하고 있지만, 이는 부풀리기에 가까웠습니다.   

1. 중앙일보의 쇠고기 괴소문 기사
중앙일보는 인터넷 상에 광우병과 관련된 괴소문이 떠돈다고 단정짓고 다음 두개의 사례를 근거로 제시하였습니다.

#1. 4일 배우 김민선씨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어제 울산에서 농부 한 분이 광우병으로 사망했다”는 댓글이 올랐다. 출처를 알 수 없는 이 글은 여러 포털 사이트에도 게재됐다. 심지어 광우병 소가 수입돼 서울 지역의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다는 글도 있었다.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은 아직 재개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국내에서 인간 광우병이 발생했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이야기다.

#2. 3일 인터넷에선 한·미 양국 정부가 쇠고기 수입 협상을 하고 작성했다는 ‘협정문’이 나돌았다. 미국 정부 사이트에서 어렵게 입수했다는 설명이 붙었다. 이 문건은 한국어로 번역돼 수입 반대 사이트를 중심으로 급속도로 확산됐다. 밀실 협상 내용이 드러났다는 주장과 함께다. 그러나 이 문건은 22일 농림수산식품부가 홈페이지를 통해 공고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농림수산식품부 고시 제2006-15호) 개정안이다.
- “울산서 농부가 광우병으로 죽었다” 댓글까지, 2005-05-05, 중앙일보
사용자 삽입 이미지

2. 중앙일보의 괴소문 조작
첫 번째 근거는 연예인의 인터넷 홈페이지 댓글이었습니다. '김민선'이라는 배우가 유명하고, 홈페이지 방문자도 많겠지만, 누가 쓴 글인지 확인도 안되는 댓글을 괴소문의 근거로 제시하는 중앙일보가 좀 안쓰러워 보입니다. 이 부분은 그냥 넘어가겠습니다~

두번째 근거는 몇일 전부터 인터넷에 유포되고 있는 한미 쇠고기 협정문이 '농림수산식품부 고시 제2006-15호'라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인터넷에 떠돌고 있는 협정문과 중앙일보가 주장하는 농림부 고시는 다릅니다. 두 문서는 영어를 모르는 사람이라도 앞부분만 봐도 한 눈에 알 수 있을 정도 입니다.
반면 경향신문은 인터넷 상의 협정문을 제시하면, 정부의 발표내용과 협정문의 내용이 다르다는 기사를 내보냈습니다(아래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그럼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1) 인터넷 상의 영문 협정문
영문 협정문은 www.bilaterals.org이라는 홈페이지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원문 사이트 http://www.bilaterals.org/article.php3?id_article=11988)
사용자 삽입 이미지

(2) '농림부 고시 제2006-15호'
중앙일보는 농림수산식품부라고 하지만 2006년에는 농림부였습니다. 그래서 농림수산식품부 고시 제2006-15호는 존재하지 않고 농림부 고시 제2006-15호만 찾을 수 있었습니다(농림수산식품부 홈페이지에서 다운로드 받으실 수 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두 문서의 1조 1항의 의미를 비교하지도 않고, 단지 단어수만 세어 보아도 두 문서가 서로 다른 문서라는 사실을 알 수 있을 정도입니다. 인터넷 상의 협정문의 1조 1항은 10줄에 걸쳐 쇠고기와 쇠고기 생산물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있지만, 농림부 고시의 1조 1항은 단지 1줄에 불과합니다.

(3) 경향신문 보도내용
경향신문은 인터넷 상의 협정문을 근거로 잘못된 협상이었다는 기사를 내보냈습니다(美쇠고기 합의문 ‘퍼주기 협상’ 사실로, 2008-05-05, 경향신문).
사용자 삽입 이미지

물론 중앙일보가 주장하는 것처럼 인터넷 상에 농림부 고시라고 명시하면서 영문을 번역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농림부 고시를 올려놓은 사례도 있었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잘못된 농림부 고시만이 전부인 것처럼 보도하는 기사는 사실을 왜곡하는 행위입니다.
괴소문을 유포하는 주체는 네티즌이 아니라 오히려 중앙일보였습니다.
 

중앙일보가 경향신문이 될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사실을 왜곡하는 기사를 써서는 안됩니다. 이러한 식의 기사 보도는 국민들의 여론을 호도하는 행위이며, 결국 중앙일보의 신뢰성만을 떨어뜨릴 뿐입니다.

p.s 인터넷에 올라오는 광우병 관련 글 중에 잘못된 주장도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다음 블로그 뉴스의 '핫'이슈트랙백" 기사로 올라 온 "미국선 개도 안 먹는 소, 한국은 수입' 기사 입니다.
로이터 통신의 기사를 인용하면서 (오역을 하였는지)  미국이 광우병 전파를 막기 위해 30개월 이상 된 소의 뇌나 척수를 재료로 만든 사료를 소뿐만 아니라 모든 동물에게 먹이지 못하게 하는 강화된 동물성 사료 금지 조치를 내년부터 시행한다고 공포했다"는 것이었다. 이 내용이 미국에선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애완동물에게 먹이지 않는 것으로 왜곡돼 시중에 퍼졌습니다(로이터 기사 왜곡한 글 인터넷에 돌아, 2008-05-02, 조선일보) .

         <"미국선 개도 안 먹는 소, 한국은 수입' 기사를 내보낸  블로그 현재 상태>
사용자 삽입 이미지
현재(2008년 5월 5일, 오전 9시)까지 트랙백 기사로 걸려 있지만 해당 블로그에서는 글이 삭제된 상태입니다. 

블로거들도 양심을 지키며, 보다 책임있는 자세로 글을 써야합니다.
일부 블로거의 실수(?)로 인해 보수언론들에게 여론을 호도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할 수도 있으며, 블로그가 괴담의 근원지로 낙인 찍힐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