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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뉴라이트의 계속되는 역사왜곡

얼마 전에 ‘대군()의 척후()’라는 책이 발간되었다고 한다.
(읽지는 못했지만.....중대한 계기가 없는 이상, 돈 주고 사서 볼 계획은 없다)
저자는 식민지 근대화론을 펼쳐온 낙성대경제연구소의 안병직·이영훈 교수의 제자로 뉴라이트의 ‘해방전후사의 재인식’에도 참여한 주익종 박사라고 한다.

1. ‘대군()의 척후()’ 뜻은?
춘원 이광수가 1935년에 쓴 글 가운데 ‘상업에서 화신백화점, 공업에서 경성방직의
확장 발전은 결코 한낱 사실만이 아니요, 뒤에 오는 대군의 척후임이 확실하다’고 한 데서 인용했다고 한다. 대표적인 친일인사의 말을 책 제목으로 뽑은 것부터가 의미심장하다. 이광수가 조선문인협회 회장으로 선출되어 친일행동을 시작한 연도가 1939년이라고 하니 1935년이면 이광수를 친일파로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겠지만 그렇다고 독립운동가로서 이광수를 파악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시기로 느껴진다.
하여튼 제목 자체가 뉴라이트로서 손색이 없다.

2. 경성방직의 재해석?
주익종 박사는 경성방적의 소유주였던 김성수 일가가 일제에 협력했지만, 성공한 기업인이었다는 점을 부각하여, 우리나라 산업화에 크게 공헌한 인물로 서술하는 듯하다.
뉴라이트들이 말하는 경제성장 제일주의가 역사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왜곡을 일으키는 것은 아닌지...(그래서 돈 주고 읽기는 싫다)
김성수(1891~1955)는 1919년 경성방직, 1920년에는 동아일보를 창간했지만
1930년대 후반 이후 학병제, 징병제를 찬양한 대표적인 친일파 중 한명 인데......


3. 경성방직에 관한 또 다른 책
경성방직에 대한 연구서는 '대군의 척후'가 처음은 아니다. 에커트(Carter J. Eckert)는 1991년 "제국의 후예: 고창(고창) 김씨와 한국자본주의의 식민지적 기원"이라는 책을 썼다(그런데 이 책을 번역한 사람도 주익종 박사다).
에커트는 중소 직포업체로 출발한 경성방직이 일본 제국주의의 지원을 받아 대기업으로 성장한 과정을 현대 한국 자본주의의 생성 원형으로 보고 있다. 에커트는 경성방직 사례를 통해 한국 자본주의의 발전이 일본의 충격에 의해 시작됐다는 점을 밝히는 동시에, 김성수 같은 자본가들이 일제와의 협력을 통해 각종 특혜를 얻으며 자본가로서 입지를 공고히 했으며, 이러한 자본가의 모습은 해방 후 박정희의 공업화 과정에서도 그대로 반복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우리나라의 자본주의는 일제에 의해서 자극을 받아 출발하였고, 이 영향으로 인해 박정희 시대까지, (그리고 그 이후에까지) 권력과 재벌이 결탁한 자본주의로 변화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4. 대군의 척후는?
주익종 박사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의 충격에 의한 자본주의가 발전했다는 에커트의 이론에 동의하지만, 한국의 자본가를 ‘친일’로 보는 것에는 반대한다고 했다.
일제 시대 성공한 자본가의 친일행위는 친일행위가 아니라는 모순적인 이론처럼 들린다. 그의 주장대로 일제시대 자본가는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하여 조선의 근대화에 기여했을까?
기업가 정신이라는 것이 근래에 주목을 받고는 있지만.....이를 일본의 권력에 기대어 성공한 친일 자본가에게까지 적용할 수 있는 것인지는 의문이다.
(책을 읽지를 않아 구체적으로 반박을 못하겠지만...)
그리고 이러한 주장이 수구보수 세력, 뉴라이트 집단에 의해 어떻게 정치적으로 이용될지는 뻔히 예상할 수 있다.

5. 끝나지 않은 문제점
주익종 박사는 자신의 저서와 에케트의 저서를 동시에 출간/번역하면서 희한한 일을 또 하나 했다.
 

책 표지가 거의 똑같다. 에커트는 경향신문에 보낸 e메일에서 “내 책이 번역자(주박사)의 책과 연결돼 동시에 출간된 것을 보고 매우 놀랐다. 역자가 원저자의 책에 대한 비판적 견해를 담은 책을 내는 것은 자유이지만, 두 책을 표지까지 비슷하게 해서 같이 내면서 저자의 동의를 얻지 않은 것은 문제가 있다”며 “그것은 독립적인 내 책의 완결성을 침해하는 것으로 명백한 신뢰의 위반”이라고 말했다 한다.

주익종 박사의 의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책 표지만 보면 두 책이 연속성을 가진 것처럼 보인다.
풀어가는 방식은 다르지만...에커트도 주익종 박사의 견해에 완전히 동의한 것처럼
독자는 오해할 수 있는 표지 디자인이다.
에커트의 학문적 권위에 묻어가려고????
아니면, 에커트의 학문적 성과를 계승해서 발전시켰다고 위장하려고????
뉴라이트 집단의 역사관은 책 표지에서까지 교묘하다....

관련기사
 -
주익종 박사 “식민지 기업의 日협력과 친일 구분해야”, 2008-02-15, 경향신문
 - 대군의 척후 펴낸 경제연구가 주익종 박사, 2008-02-13, 동아일보
 - ‘제국의 후예’ 법정으로 가나…저자-역자·출판사 갈등, 2008-02-19,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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