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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금융 잡답

올해 마지막 환율은 1259.5원이 아니다.

12월 30일 15시 원-달러 환율 1259.5원으로 외환 현물시장은 문을 닫았습니다. MB정권의 외환시장 개입으로 원-달러 환율의 상승을 꾸~~욱 눌렀고, 덕분에 기업들은 원-달러 환율1259.5원을 기준으로 회계장부를 작성할 수 있게 되었고, 은행들도 1259.5원을 기준으로 BIS 기준을 충족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외화를 빌려온 대기업과 은행들은 상승하는 환율 때문에 가만히 있어도 부채가 증가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더구나 연말 회계정산을 마무리해야 하는 상황에서 높아진 환율은 큰 부담으로 작용했습니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장부상으로라도 부채를 작게 보이게  만들고 싶어했습니다. 그래서 MB정권이 외환시장에 개입하여 상승하는 원달러 환율을 억제해 주기를 바라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외환시장의 개입은 어느 정도 성공(?)하여 2008년 마지막 환율을 1259.5원으로 끝낼 수 있었습니다([금융/금융 잡답] - MB정권의 외환시장 개입설과 미네르바).

하지만 원-달러 환율 1259.5원을 만들기 위해 12월 30일 외환시장은 매우 이상한 모습을 연출하였습니다. 

어제처럼 외환시장 개장과 함께 원-달러 환율은 31.8원이 하락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1250원대로 상승한 이후 1원의 변화도 없이 환율이 유지되었습니다. 순간 우리나라 외환체계는 고정환율 체계로 변화해버렸습니다. 
이후 서서히 상승하기 시작한 환율은 2008년 외환시장 종료 시점이 다가오자 1268원까지 상승하였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올해 마지막 환율을 결정해야 할 시점인 2008년 12월 30일 15시 직전에 환율은 갑자기 8.5원이 하락하여 1250원대 환율 도달에 성공하였습니다. 

그리고 모든 언론들은 올해 마지막 환율이 1259.5원이라고 대대적으로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은행에서의 외환거래에 적용되는 환율은 순식간에 60원 정도 폭등하였습니다. 
장부에는 기록되지 않는 부채가 불과 30분 사이에 1달러당 60원 증가하였습니다.

                                   < 2008년 12월 30일 원-달러 환율 변동 추이 >
          자료 :  외환은행 환율조회

기업과 은행 입장에서는 회계장부 기록이 중요합니다. 이를 기초로 순익과 손실이 결정되며, 기업과 은행의 주식가치가 결정됩니다. 하지만 인위적으로 낮춘 환율로 기록된 회계장부를 누가 믿을 수 있을까요?

전세계 금융기관들은 우리나라 기업의 수익구조와 은행들의 BIS 수치를 믿지 않을 것이 분명합니다. 아니 상승한 환율을 기준으로 다시 계산하여 기업과 은행의 가치를 재평가 할것이 분명합니다.

연말에 MB정권이 현물 선물 가리지 않고 외환시장에 개입한 사실은 시장 참가자 전부가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제 미네르바의 달러 매입 금지 요청 공문 발송 주장까지 나왔습니다. 그러나 이런 엄청난 노력에도 불과하고 얻은 것은 무엇일까요? MB정권의 자기 만족?

MB정권의 연말 환율에 대한 집착은 그저 숫자 놀음에 불과할 뿐입니다.
숫자 놀음에 얼마나 많은 외환보유고를 날렸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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