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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금융 잡답

달러 사재기, 환투기에 대한 대응은 달러 폭탄

인수위 시절부터 은행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금산분리) 폐지를 통해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키우겠다던 MB정권이었습니다. 
그리고
불과 4개월 전에 자신있게 보도자료를 배포해서, 산업은행을 민영화하여 세계적인 투자은행으로 키우겠다던 MB정권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합법적인 금융(외환) 거래를 MB는 "달러 사재기"라면 비판을 하고 있습니다.
금융을 활성화해야 한다며 규제를 풀어버리겠다던 MB가 합법적인 금융거래를 비판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물론 원-달러 환율 변동에 따른 수익 추구가 환율 불안정에 영향을 줄 수도 있고, 이를 '도덕적'으로 비난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합법적인 금융거래를 '경제적인 이유로' 비난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도 비난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1. MB의 달러 사재기 발언
MB 曰 "국가가 어려울 때 개인이 욕심을 가져서는 안된다", "금융위기 재발 가능성 때문에 달러를 사재기하는 기업과 국민이 있다면 생각을 바꿔야 한다"

이와 같은 MB의 발언이 있은 뒤, '
수출업체를 압박해서라도 달러를 시장에 풀도록 하겠다'는 공무원의 발언도 나왔습니다. 그리고 이미 금융감독당국은 외환딜러 조사하는 등 실력 행사를 벌이고 있다고 합니다(정부 "환투기 조사" 압박…효과는 "글쎄", 2008-10-08, 서울경제)

2. 달러 사재기, 환투기가 '진정' 환율 급등의 원인일까요?
현재 외환시장에 투기세력이 있겠지만 우리나라 외환시장을 좌지우지할 정도일까요?
전세계 모든 나라의 환율이 요동키고 있는데, 우리나라에만 투기자본이 집중될 이유는 없습니다. 세계 곳곳에 돈을 벌 기회가 많은데, 모든 금융자본이 우리나라만 공격하지는 않습니다. 즉, 투기세력이 원-달러 환율을 들었다 놨다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더구나 외환시장의 속성상 시세차익을 노리는 거래는 필수적이며, 이를 전적으로 사재기, 투기로 단정지을 수도 없습니다. 그리고
 외환거래로 환차익을 얻더라도 민간의 자율적 거래를 정부에서 규제할 수단도 없습니다. 

환율 불안의 원인은 사재기가 아니라~~
시장의 신뢰를 상실한 'MB의 경제정책'과 계속된 '외환시장 개입'입니다. 

                                                                    원-달러 환율 추이
자료 : 한국은행

3. 왜? "달러 사재기"라며 비난했을까요?
첫째로 MB와 강만수 장관 대신할 희생양이 필요하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한참 진행중인 국감에서도 환율이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고, 온 국민의 시선도 환율에 고정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MB정권이 책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희생양이 필요합니다. 달러 사재기, 환투기~~ 이름만으로도 충분히 나쁜 세력으로 몰아 붙일 수 있습니다.

두번째로, MB정권 내부의 불안감입니다.
집권초부터 9월까지 외환보유고는 246억달러가 감소했습니다. 자칫 미국발 금융위기가 장기화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앞으로는 달러를 아껴야 할지도 모릅니다. 아니 외환보유고가 많다고 큰 소리 뻥뻥쳤지만, 실제로 사용 가능한 달러(유동성)가 부족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MB정권은 외환시장에서의 반전이 필요합니다.

4. 달러 사재기, 환투기에 대한 대응은 역시나 달러 폭탄
MB의 발언을 달러 유동성 부족으로 받아들인 외환시장은 개장과 함께 거의 1달러당 1500원까지 치솟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당국의 대응은 최소 2차례 이상의 대규모 달러 폭탄 투하였습니다.
오전 10시 직전과 금리인하 발표 직후 두번에 덜쳐 외환당국의 개입이 포착되었습니다.


환율, 당국 개입에 1450원대로 하락, 2008-10-09 09:59, 머니투데이
금리인하 후 외환당국 개입...1400원대로 하락, 2008-10-09 11:44, 머니투데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는 환율 상승 요인이지만 외환당국이 환율 상승을 제한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외환당국의 달러 매도 실개입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시장참가자들은 전했다.


일단 대규모 달러 공습은 성공하여 1370원대로 하락했습니다.

5. 내일이 걱정됩니다. 
외환시장에 찔끔 찔끔 개입하는 패턴이 매일 반복되고 있습니다. 
더구나 폭등과 폭락이 반복되는 패턴을 보이는 금융시장에는 돈 냄새를 맡은 금융자본이 몰리기 마련입니다. 즉,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은 항생제와 같아서, 계속적인 사용은 내성을 강화시킬 뿐, 직접적인 처방은 될 수 없습니다.

오늘 MB 경제팀의 달러 공습의 효과가 내일까지 지속될지 지켜봐야 겠습니다.

                                                  외환보유고 현황(억 달러)
          자료 : 한국은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