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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금융 잡답

8조원을 날린 국민연금의 엉뚱한 변명

민연금은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금융부문에서 2조 1,583억원의 손실을 보았습니다.
주식투자 부문만 살펴보면, 더 가관입니다.
국내 주식 손실 7조 1,673억원~
해외 주식 손실 1조 3,139억원~
합계 8조 4,812억원의 손실이 발생하였습니다. 그나마 채권부문에서 흑자가 발생해 전체 손실을 2조원대로 줄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손실 8조원 대해 책임지지 않고, 엉뚱한 변명만 늘어 놓고 있습니다.


       자료 : 보건복지가족부 보도자료(2008-09-25)


1. 국민연금 손실 '8조'에 대한 엉뚱한 변명
국민연금과 보건복지부는 국내외 증시가 하락하여 손실이 발생했고, 외국 연기금의 손실은 더 크다고 "엉뚱"한 변명을 하고 있습니다(사진 참조).


      자료 : 보건복지가족부 보도자료(2008-09-25)

즉, 외국의 연기금과 비교하여 국민연금은 주식투자 비중도 낮았고, 손실은 상대적으로 작았으며, 결정적으로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해 세계적으로 주가가가 하락했기 때문에 국민연금 자신들에게는 책임이 없다는 식의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국민연금의 변명은 비교대상과 가정 자체가 잘못되어 있습니다.

2. 엉뚱한 비교대상
국민연금 측은 연기금 수익률을 미국, 일본, 네덜란드, 캐나다 등과 비교하고 있는데, 최소한 미국과 일본은 우리나라 국민기금과 비교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1) 미국의 캘리포니아주 공무원 퇴직연금(CalPERS)
국민연금 측이 비교자료로 내민 캘리포니아 공무원 퇴직연금(CalPERS)은 국민연금이 아니며, 개인 연금적 성격이 강합니다. 연기금은 개인별로 관리되며, 가입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투자처가 결정되며, 연기금의 이윤극대화를 위해 투자한 기업을 감시까지 하고 있습니다.
2004년에는 캘리포니아 공무원 퇴직연금은 자신들이 투자한 "코카콜라"와 "시티그룹"에 대해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주주로서 요구하기도 했습니다(CalPERS aAims at Coca-Cola, 2004-04-13)

'캘리포니라 공무원 퇴직연금'은 연금 가입자가 투자결정에 개입하고, 관리까지 직접 함으로써, 자신들의 노후를 스스로 지켜나가고 있습니다. 즉, 참여와 철저한 감시가 수반되기 때문에 투자결과에 대해 연금가입자들은 수긍을 할 수 있으며, 심지어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감수해야 하는 체제입니다.

(2) 일본의 연기금 운영
일본은 소득에 관계없이 일정금액을 동일하게 연기금으로 납부하는 국민연금과 과거 퇴직금제도에 기반한 연기금이 대표적인 공적연금입니다(연공서열, 평생직장 개념이 파괴 때문에 퇴직금 제도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퇴직금을 연금화한 '퇴직연금'은 개인단위로 자금을 갹출하여 개인 구좌별로 관리되고 있으며, 가입자의 운용지시에 기초하여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또한 퇴직연금이라는 상품의 특수성과 복잡한 이해관계를 감안하여 별도의 전문 감독기관을 두고 있습니다.

           자료 : 퇴직연금 재정 건정성 및 투명성 확보를 위한 체계적인 감독방안

즉, 일본의 연기금도 기본적으로 가입자 개인의 결정에 의해 투자방향이 결정되며, 별도의 감독을 받고 있기 때문에 손실이 발생해도 가입자가 수긍을 하고 책임을 져야하는 구조입니다.

미국, 일본의 연금제도 모두 가입자의 판단에 의해 투자가 결정되며, 개인이 투자결과에 대해 책임을 져야하는 구조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국민연금은 가입자가 투자 결정에 개입할 수 없는 구조이며, 개인별로 기금이 관리되지도 않습니다. 
미국과 일본의 연기금 손실은 개인의 책임이지만, 우리나라 국민연금의 손실은 국민들 책임이 아닙니다. 따라서 미국, 일본의 연기금과 우리나라의 국민연금은 비교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국민연금의 경우, 주식에 투자해야 한다는 가정 자체도 수정되어야 합니다. 주식에 투자를 안하면, 손실도 없습니다.


3. 국민연금이 보수적으로 운용되어야 하는 첫번째 이유
우리나라의 국민연금은 가입자(국민)가 투자결정을 내릴 수도 없고, 노후에 받게될 연금 분배 몫도 불확실합니다. 그래서 국민들의 국민연금을 세금 정도로만 생각하고 운용에 대해서 관심이 없습니다. 그리고 국민연금에 대한 관리감독도 허술합니다. 그래서 국민연금 손실에 대해서 책임을 지지는 사람도 없습니다. 즉, 우리나라 국민연금은 부실운용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제도 상황입니다. 
따라서 국민연금은 손실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보수적으로 운용하여 '주식' 대신 위험부담이 작은 '채권' 중심으로 투자해야만 합니다.

더구나 국민연금에 막대한 손실이 발생할 경우, 노후를 국민연금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저소득층은 속수무책입니다.


4. 국민연금이 보수적으로 운용되어야 하는 두번째 이유
국민들이 국민연금 납부를 세금처럼 생각하게 된 또 다른 이유는~~ ~~국민연금이 본연의 목적이 아닌 증시부양 목적에 종종 사용되기 때문입니다.

최근 미국의 금융위기로 인해 우리나라 주가가 하락과 상승을 반복하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은 주식을 내다팔고 있으며, 증권/보험사도 주식 매수를 자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유독 연기금만 매수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즉, MB정권은 연기금 투입으로 주가하락을 막고 있는 상황입니다. MB는 연기금의 손실 따위는 안중에도 없습니다~~


                                 주체별 주식 매수 현황(6개월, 3개월, 1개월 누적치) 

자료 : 증권선물거래소

우리나라 국민연금은 정치적 독립성이 낮기 때문에 부실화 가능성은 높습니다.
이런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라도 보수적인 투자규칙 하에서 운용되어야만 합니다.


5. 마치며
우리나라 국민연금은 책임소재가 불분명한 구조이기 때문에 보수적으로 운용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무리한 주식투자로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주식부문에서 8조 5천억원 가량의 손실이 발생했습니다. 그런데도 국민연금측은 앞으로 국내 주가가 급락하면, 연말까지 7조원 정도를 투입하겠다고 떠들고 있습니다(국민연금, 주가 급락시 연말까지 7조원 푼다 2008-09-26, 이데일리).
국민연금의 손실에 대해서 책임지는 사람은 여전히, 계속 없습니다.

국민연금은 국민들의 미래입니다. 
수입이 없는 노후에 과거 자신이 납부한 연금이 무리한 투자로 사라져 버렸다면, 그 사람의 노후는 어떻게 되버릴까요? 

MB정권은 주가 상승이라는 눈 앞의 성과에만 집착하지 말고, 지금이라도 보수적이고 안정적으로 연기금을 운용해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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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을 성패를 개인의 책임으로 전가시키는 미국, 일본식 연금제도에 대해서도 많은 논란이 있습니다.
개인이 몇세까지 살지 알 수도 없으며, 개인에 따라 능력도 다르며, 연금투자에 실패한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국가가 책임을 져야 때문입니다. 

한편 젊은 세대에게 갹출을 하여 노년세대에게 연금을 지급하는 연금제도를 채택한 국가도 많습니다(우리나라도 이와 유사한 구조입니다). 하지만 인구 고령화로 인해 이 방식도 미래를 장담할 수 없습니다.

이래 저래 연금제도는 정답이 없는 상황이며,
그래서 연금은 항상 보수적인 입장을 취해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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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저리 주저리 어렵게 변명을 늘어 놓은 보건복지가족부의 보도자료 합께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