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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죄지은 기업인 사면한다고 경제가 살아날까 - 경제개혁연대 논평

기업인 범죄에 대한 편향된 관용은 일반국민의 사법불신만 심화시켜
YS정부 9차례, DJ·노무현정부 각각 8차례 사면, 과연 경제 살렸나?
재벌총수 편법 사면은 노조·서민의 생존권적 불법행위 부추길 뿐

1.지난해 말 사면법 개정을 통해 신설된 사면심사위원회가 오늘(11일) 개최돼, 사면 대상자에 대한 심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사면심사위원회가 엄격하고 객관적인 심의를 통해 헌법(제79조)과 사면법이 위임한 대통령 사면권의 자의적 남용에 대한 견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특히 기업인 범죄에 대해 일방적이고 편향적인 사면으로 국민 일반의 사법불신이 심화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임을 분명히 강조한다.

2.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은 특히 기업인에 대한 대폭적인 사면이 예고되면서, ‘재계의 광복절’이라는 수식어까지 얻었다. 이와 관련해 지난 8일(금) 대한상공회의소 등의 경제 5단체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이 포함된 106명의 경제인에 대한 사면·복권 건의서를 청와대와 법무부에 전달했다.

그러나 김영삼 대통령이 모두 9차례, 김대중 대통령과 (대선 후보 시절 사면권을 엄격하게 행사하겠다고 공약했던) 노무현 대통령도 임기 중 각각 8차례나 사면을 실시했고, 그때마다 ‘경제살리기’라는 똑같은 이유로 경제인에 대한 사면도 대부분 포함되었지만, 과연 이로 인해 경제가 살아났는지 지극히 의문이 아닐 수 없다. 국경일마다 되풀이된 사면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기업인의 범죄는 근절되지 않았으며,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국민들의 사법불신만 심화되었다.

사법불신은 단순히 사회적 정의 및 형평의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민경제의 효율성 제고와 장기적 성장에도 결정적 악영향을 미친다. 한 나라의 경제질서가 장기적 동태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경기규칙(rule of game)에 대한 예측가능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경제활동의 결과에 대한 합리적 예측이 가능해야만, 설비투자 등 5년, 10년 후를 내다본 장기적 경제활동이 활성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법당국의 법집행이 이중잣대를 가지고 있다는 불신을 받게 되면, 경제주체들은 장기적 생산활동보다는 단기적 로비활동에 역량을 집중하게 될 것이고, 이는 오히려 경제성장의 잠재력을 훼손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은 너무나 자명하다.

특히나 잠재성장률을 7%로 끌어올리기 위해 ‘법과 원칙을 확립’하겠다고 공약했던 이명박 대통령이 사면권을 남용한다면, 현 정부의 법치주의도 극소수 재벌총수를 위한 왜곡된 이중잣대에 불과하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게 될 뿐이다. 이는 심각한 경기침체 상황에서 막다른 골목에 몰린 노동조합과 서민들의 생존권적 불법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악순환을 초래할 것이다.

3. 경제개혁연대는 기업인 범죄에 대한 편향적인 사면은 성장잠재력을 오히려 후퇴시키는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며, 더 이상 경제 살리기라는 미명하에 법과 원칙을 훼손하는 사면으로 경제질서를 훼손하는 일이 되풀이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사면심사위원회는‘유전무죄,무전유죄’라는 말에 담긴 국민들의 사법불신을 무겁게 인식하고, 법이 위임한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함으로써 대통령의 사면권이 사법부의 형벌권을 침해하고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원문 : http://www.ser.or.kr/sub.html?sub=policy&pn=press&m=view&article_id=188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