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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삼성(특검)

삼성 면죄부 공방 관련 기사

민병훈 재판장 "삼성 면죄부, 특검·검찰·국세청 탓", 2008-07-17, 뉴시스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 등 8명에 대한 1심판결에서 이 전 회장에게 집행유예 판결을 내린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 민병훈 부장판사는 17일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면죄부를 준 것은 우리(법원)가 아니라 국세청, 검찰과 특검"이라고 화살을 돌렸다.

민 부장판사는 이날 무죄 판결로 논란이 일고 있는 에버랜드 전환사채(CB)와 관련해 "국세청과 검찰의 기소가 잘못됐다"며 "자기 것 싸게 주는 것은 탈세이지 배임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에버랜드 전·현직 사장인 허태학, 박노빈에 대해서도 "법인주주들이 실권하게 한 방조 혐의는 있지만 배임이라고 보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민 부장판사는 또 "항소심에서는 삼성SDS 주식가치에 대해 감정할 것이라 예상한다"며 "증거조사 당시 회계법인 3~4곳에 감정을 의뢰, 평균을 내 수치를 객관화하려고 했으나 삼성에 불리한 금액을 적어낼 회계법인이 과연 있겠는가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또 "과도한 직권탐지주의라는 비판이 있어 확실하지도 않은 부분에 대해 재판부가 먼저 나서기가 쉽지 않았아 실행하지 않았다"고 양형전제 논란이 있었던 당시의 난처했던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민 부장판사는 이날 삼성SDS의 주당 순이익증가율을 최대 40%로 보아 44억 원, 최저 30%로 보아 30억 원으로 판단한 근거에 대해 "40%는 공정위가 과징금을 매길 때 봤던 증가율이고 30%는 김홍기 전 삼성SDS 사장이 1998년 금감원에 보고할 때의 성장 가능율이었다"며 "30%로 보고 적용해 공소시효에 관계 없이 법 적용 가능 기준인 50억 원이 넘었다면 명백하게 실형일 수 있었겠지만 그렇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중범죄도 “경제 공헌” 면죄부…‘밥을 위한 법’ 전락, 2008-07-18, 경향신문

사법부 비판이 커지고 있다. 혹시나 했던 법원이 또다시 삼성그룹에 면죄부를 준 판결을 놓고 사법정의·경제정의가 무너졌다는 탄식이다.

장영수 고려대 법대 교수는 “대기업에 대한 사법부의 편향된 인식으로 인해 국민들의 신뢰를 스스로 잃은 것”이라며 “경제공헌이나 경제살리기라는 근시안적 시각보다는 사법정의라는 장기적 관점에서 판결을 해야 신뢰도가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은 승패가 갈리는 싸움이기 때문에 당사자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는 태생적 한계를 갖고 있다. 하지만 법원 내부에서조차 “(삼성 사건은) 똑같은 결론이 항소심에서도 나오긴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가 제기되는 판결은 드물다.

법원과 검찰, 특검 모두가 불만족스러운 판결이 왜 나왔을까. 시민단체·법조계에서는 그 원인을 사법부의 이중잣대에서 찾고 있다. 경제개혁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참여연대 등은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초법적 경제권력 앞에 법원이 무릎을 꿇은 것”이라며 “대한민국의 주권은 1%의 부자로부터 나오고 오직 1만명에게만 평등하다는 말이 입증되는 순간”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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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가 과거 대기업 총수들에 대해 내린 판결을 보면 ‘사법정의’가 살아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수백억~수천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기소가 되더라도 대부분 ‘징역 3년·집행유예 5년’이라는 ‘정찰제’ 판결이 내려진다.

현대기아차 정몽구 회장은 구속기소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았지만 이내 보석으로 풀려났다. 1심 재판부는 징역 3년을 선고하면서도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결국 항소심과 대법원을 거쳐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비자금 2000억원을 조성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손길승 전 SK회장은 1심에서 징역 3년이 선고됐다. 1심 선고후 곧 보석신청이 받아들여졌고 항소심에서는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으로 풀려났다. 회삿돈 1161억원을 비자금으로 조성한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도 1심에선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았으나 2심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으로 감경됐다. 정찰제처럼 ‘징역 3년’이 선고되는 이유는 집행유예를 병행할 수 있는 최고 형량이기 때문이다.

진보신당 노회찬 전 의원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같은 횡령사건이지만 77만원을 생활비로 쓰기 위해 횡령한 중국집 배달원에게는 실형이 선고되는 게 지금의 사법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재벌가 등 유력자에게는 관대한 처분이 내려지다 보니 사회적 약자의 법원에 대한 불신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지난 4월 서울중앙지법 감사계 조사실에서는 분신 소동이 벌어졌다. 최모씨(64)는 재판부가 자신의 재심청구를 기각하자 휘발유가 든 페트병을 내보이며 3시간가량 항의 소동을 벌였다. 지난해 6월에는 법정에 선 피고인이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패소하자 판사석을 향해 계란을 던지기도 했다. 법정에서는 판사에게 욕설을 퍼붓거나 판사석을 향해 돌진하는 등 크고 작은 소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상희 건국대 법대 교수는 “장기적으로는 대기업과 관련된 중요 사건은 배심제를 도입해 국민들의 판단도 들어보고 판결을 선고하는 방안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